[영화제 소식]
<히어로>로 부산 찾은 기무라 타쿠야
2007-10-06
글 : 정재혁
견고한 성채 속의 왕자님

기무라 타쿠야의 답변에는 비유가 많다. <히어로>의 기자회견에선 영화를 배에 비유했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하나 하나의 건물이라 표현했다. ‘시청률 제조기’, ‘<앙앙>이 선정한 좋아하는 남자 13년 연속 1위’ 등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일본의 국민스타지만 , 인터뷰에 답하는 모습이나 연기가 아닌 노래로 보여주는 그의 표정엔 단지 ‘히어로’란 이름으로 포장하기 힘든 빈틈이 보인다. 멋의 과시와 비유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그는 자신의 멋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단순히 영웅이라 칭하기엔 과하게 사색적이다. 소위 신비주의로 통하기도 하는 이 공간은 대부분 그를 동경의 대상으로 장식하지만, 때로는 나르시스트.

기무라 타쿠야가 드디어 부산영화제를 방문했다. <2046>이 상영된 2005년 당시 상영일 직전 내한이 무산됐던 터라 그의 이번 방한은 영화제 시작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데뷔 후 20년 동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게 고작 4번이고, 영화도 <히어로>까지 다섯 편뿐이라 모든 게 미스테리한 남자인 그는 이번 부산에서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히어로>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임할 수 있었던 영화”라 답하면서도, 두 딸의 아버지,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위치에 대해선 “가족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란 말로 짧게 답했다. 본인은 “단지 타이밍”의 문제라고 답하지만, 그는 1년에 한편 이상의 작품을 찍지 않으며, 그렇게 출연한 작품에서도 ‘기무타쿠 부시(기무라 타쿠야 스타일의 말투)’라 불리는 자신의 캐릭터를 버리지 않는다.

2006년 기무라 타쿠야는 두 번의 도전을 보여줬다. 야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무사의 체통>에선 맹인 사무라이 역할을 맡아 머리 스타일과 눈빛을 포기했으며, 드라마 <화려한 일족>에선 어긋난 운명 속에 갈등하는 남자의 복잡한 내면을 연기했다. 그렇다고 그가 변한 건 아니다. 그는 “영광”이라 표현했던 야마다 감독과의 작업에서도 본인은 달라진 게 없다 답했고, 결국 문제는 “나를 인식하고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 말했다. 어느 순간부턴 프라이드(드라마 <프라이드>)와 체통에 대해 고민하는 역할로 국민 스타의 이미지를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확실히 춤이나 노래보단 연기가 뛰어나지만, 본인이 소속된 그룹 스맙이 진행하는 <SmapXSmap>에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춤추고 노래하길 즐긴다. 뭐든지 멋지고,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남자. ‘뭐든지’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자신과 자만이 그를 일본의 히어로로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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