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부산의 아들’, 화사하게 컴백
2007-10-06
글 : 주성철
<881> 로이스톤 탄 감독

로이스톤 탄 감독은 먼저 화부터 냈다. 뱅쿠버영화제 등을 다니면서 친해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개막식 사회자 자리에 있어 일단 깜짝 놀랐고, 더구나 함께 사회를 보던 배우 문소리가 그의 아내라 하여 더 놀랐다. 아니, 자기에게 말도 없이 언제 어떻게 결혼한 거냐고 따져 묻는 것이다. 그만큼 그는 한국영화계와 가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일러 ‘부산의 아들’이라고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몇 번이라도 찾은 사람들에게 로이스톤 탄 감독은 상당한 유명인사다. <15>(2005)나 <4:30>(2005)같은 영화들은 부산에서 상영돼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을 뿐더러, 짧은 분량이지만 부산에서 촬영한 단편영화도 있고 <4:30>의 경우 주인공으로 한국 남자배우를 출연시켜 한국과 싱가폴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기도 했다. <881>은 그가 부산에 들고 온 가장 발랄하고 화려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개막식에서도 그는 배우들과 함께 가장 화려한 의상으로 레드카펫을 밟아 큰 환호를 끌어냈다.

<881>은 유명한 게타이 가수를 꿈꾸는 두 자매 리틀 파파야와 빅 파파야의 도전을 그린 음악영화다. 게타이의 여신에게서 특별한 목소리를 얻은 파파야 시스터즈는 라이벌 두리안 시스터즈와 충돌을 일으키고 결국 화려한 뮤직 배틀로 승부를 가리게 된다. 싱가폴의 오랜 전래문화에서 유래한 게타이는 싱가폴 전통가요의 라이브 무대라 할 수 있다. 로이스톤 탄 감독은 이 무대를 배경으로 판타스틱한 춤과 노래의 향연을 펼쳐 보인다. 전작들의 분위기와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난 원래 뮤지컬 영화의 팬이었다. 그동안 너무 ‘다크’한 영화들을 만드느라 오히려 내 본성을 억눌러온 것일 뿐”이라 고백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의상들도 모두 그가 직접 1차 디자인을 했을 만큼 <881>은 그 스스로 가장 신나게 만든 영화다. 배우들과 함께 ‘이번에는 또 어떤 의상으로 무대인사에 나타날까’를 고민하고 있는 그는, 그 신나는 기분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기도하고 있다.

사진 신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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