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삶에 대한 희망 <아빠의 화장실>
2007-10-07
글 : 김도훈

<아빠의 화장실> The Pope’s Toilet
엔리케 페르난데스, 세자르 샬론| 2007년 | 97분 | 35mm | 브라질, 우루과이, 프랑스 | 월드 시네마 | 19:00 | 부산극장2

밀수꾼 베토는 국경을 자전거로 넘나들며 물건을 밀수해 가족을 먹여살리는 가장이다. 국경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터라 툭하면 걸려서 물건을 뺏기기 쉽상이고, 수도인 몬테비데오의 학교에 입학해서 아나운서가 되기를 꿈꾸는 사춘기 딸은 밀수꾼 아빠가 전혀 자랑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루과이의 가난한 마을 멜로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주민들은 교황을 보기 위해 몰려들 수만 명의 순례객에게 음식을 팔아 한밑천 거둘 계획을 세운다. 밀수꾼 베토 역시 교황 방문을 인생역전의 계기로 삼기위해 머리를 굴리던 중 앞 뜰에 유료화장실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화장실 사용비를 받는다면 까짓 딸 대학 입학비 정도는 거뜬히 벌 게 분명하다. 과연 베토 가족의 가난은 구제될 것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빠의 화장실>은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영화다. 당시 언론의 기록에 따르면 교황의 집회에는 8천명의 인파가 몰려들었으나 대부분은 멜로 주민들이었고, 브라질로부터 온 순례객은 겨우 400명에 불과했다(또 그중 많은 수는 언론이었다고 한다). 겨우 10여분을 멜로에 머문 교황은 가난을 구제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천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종교에 대한 희망을 버렸을지언정 삶에 대한 희망만은 버리지 않은 베토 부녀의 모습을 비추며 따스하게 막을 내린다. 공동감독인 세자르 샬론은 <시티 오브 갓>과 <콘스탄트 가드너>의 촬영감독 출신. 긴박한 첫 장면의 카메라 움직임이 심장을 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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