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람 포> Hallam Foe
데이비드 매킨지 | 2006년 | 95분 | 35mm | 영국 | 월드 시네마 | 14:00 | 프리머스2,3,4
시골의 거대한 저택에서 아빠, 누나와 살아가는 할람 포는 어딘가 비뚤어진 사춘기 소년. 젊고 아름다운 새엄마 베리티가 엄마의 익사에 관련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할람은 저택 주변의 야산에 움막을 짓고 홀로 시간을 보내는 데만 심취해 있다. 누나가 큰 도시로 떠나자 흔들리던 할람은 자신을 추궁하던 새엄마 베리티와 우연히 섹스를 한 뒤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에딘버러로 도주하고 만다. 산 속에 엄마의 재단을 만들 만큼 병적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할람은 엄마를 쏙 빼닮은 여자 지배인이 근무하는 호텔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게 되는데, 그의 새로운 취미는 에딘버러 시내의 높은 지붕들을 스파이더맨처럼 타고 올라 지배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이다.
<영 아담>의 데이비드 매킨지가 연출한 <할람 포>는 어딘가 음험한 성장영화다. 야산에서 배운 나무 오르기 기술을 응용해 에딘버러의 높은 첨탑들을 마음대로 오르내리는 소년 할람은 마음속의 무언가가 완벽하게 엉클어진 존재이며, 그의 훔쳐보기 사랑법은 <피핑 톰>식의 스릴과 성적인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는 할람을 첨탐 아래의 차가운 땅으로 결코 추락시키지 않는다. 데이비드 매킨지는 성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작들처럼 섹슈얼한 모험속으로 할람을 내모는 법 없이 여린 영혼이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편적인 성장영화의 따스함으로 감싼다. 만약 당신이 제이미 벨의 팬이라면 <할람 포>를 놓쳐서는 안된다. 지난 몇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천천히 성장해 온 제이미 벨은 ‘빌리 엘리엇’의 후광을 완벽하게 벗어던지고 동물적인 호르몬을 발산하는 청춘의 숨소리를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잘 커줘서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