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APAN으로 부산 찾은 <쾌락공장> 배우 양귀매
2007-10-07
글 : 김도훈
역시, 호탕하신 언니

양귀매는 에너자이저다. 충혈된 눈을 깜빡이면서도 “내가 남포동 시절부터 여길 오지 않았나. 규모도 커지고 내용도 풍요로워지는 걸 보고 있으니 기분이 참 근사하다”고 말하는 걸 듣노라면, 대체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나 싶다. 오래된 ‘PIFF 큰언니’의 여유랄까. 올해 양귀매는 신작 <쾌락공장>의 주연이자 APAN(아시아연기자네트워크)의 주요 참석인으로서 부산을 찾았다. 올해 첫 출범하는 APAN에 참여하게 된 연유는 "아시아 배우들간의 상호교류와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상호간의 교류를 통해서 각 나라의 문제점들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아시아 배우들이 세계적인 인력으로 성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대만 배우들 역시 어려운 자국 영화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중국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와의 합작을 통해 입지를 넓혀가고 있으니까”

네덜란드, 태국, 홍콩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에카차이 우에크롱탐 감독의 <쾌락공장> 역시 그녀가 가늠하는 아시아 배우들의 미래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양귀매는 싱가포르 최대의 집창촌에서 남자들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채워주면서도 희망을 건져내는 여인을 연기한다. 재미있는 것은 차이밍량의 작품들에서처럼 보통의 여배우들이 감내하지 못하는 대담한 캐릭터를 연기해낸 그녀가 영화의 내용을 첫 촬영장에서야 들었다는 사실이다. "촬영 전에 화장을 하고 있는데 그제서야 감독이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더라. 내용이 너무 고통스럽고 슬퍼서 눈물이 막 흐르기 시작했고, 코디가 감독에게 막 화를 냈다. 왜 화장 중인 여배우를 울리냐고.(웃음)". 촬영날 내용을 공개한 감독도 대단하지만 내용을 묻지도 않고 촬영에 들어간 여배우도 대단하긴 마찬가지. 그러나 호쾌한 예술가들의 만남이라면 둘 다 잃을 것은 하나도 없다.

차이밍량 감독 없이 홀로 다니는 모습이 낯설다는 질문에 특유의 기분좋은 웃음소리를 내뿜는다. “깔깔깔. 기자도 그런 모습을 보는게 습관이 됐나봐. 사실 다른 감독들도 차이밍량 영화에서의 나를 보고 캐스팅하는게 당연한 사실이 됐으니 그렇게 느낄만도 하다. 차이밍량 감독님은 ‘다른 감독에게 시집보낸다’는 표현을 쓰는데, 농담으로 ‘내 영화만 계속하다 보면 못생겨 보여서 다른 데 시집을 못가게 된다’고도 하신다”. PIFF의 큰언니는 한동안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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