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공리를 잇는 대륙의 여신
2007-10-08
글 : 주성철
뉴 커런츠 심사위원, <투야의 결혼>의 위난

뉴 커런츠 심사위원단의 홍일점인 위난을 만났다. 생각보다 좋은 작품들도 많고 또한 그보다 더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영화제 개막부터 폐막까지의 그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거란다. 더불어 올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이자 그녀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린 왕 취엔안 감독의 <투야의 결혼>은 이번 부산의 초청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투야는 불구가 된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사는, 그러다 가족들의 생존을 위해 급기야 남편과 이혼한 뒤 그런 전남편과 아이들을 떠안을 새 남편을 찾는 여자다. 척박한 시골의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투야의 삶에 대한 강한 열망에서 언뜻 <귀주 이야기>(1992)의 공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위난은 공리나 장쯔이가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국제적 배우로 발돋움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왕 취에안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했던 <월식>(1999) 이후 프랑스 영화 <분노>(2002)에 캐스팅됐고, 얼마 전에는 비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레이서>에 출연하기도 했다.

위난은 매우 강렬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왕 취엔안 감독이 북경전영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오직 그 눈빛만 보고 캐스팅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위난은 공리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굉장히 ‘대륙적’인 여성의 카리스마를 풍긴다. <투야의 결혼>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바로 그 압도적인 영화 속 풍광에 전혀 눌리지 않는 투야의 인상 때문이다. “데뷔작 <월식>은 굉장히 도회적인 영화였던 데 반해 <투야의 결혼>은 내몽골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체험해야 한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무척 큰 도전이었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현재로서 딱히 해외진출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여전히 계속 좋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고 그 생각만 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술을 하지 않고서’ <게이샤의 추억>과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공리는 여전히 존경하는 선배다. 그런 그녀에게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을 물었더니 리안이라고 답했다. 중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그만한 모범답안이 없단다. 위난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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