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아무도 못말리는 영화청년
2007-10-08
글 : 정재혁
<클로즈드 노트>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후 유키사다 이사오는 변했다. 재일 한국인의 현실을 사랑 이야기라 주장했던 <고>나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기묘한 리듬으로 엮어냈던 <오늘의 사건사고>와 달리 그가 <세상의…> 이후 보여준 영화들은 너무 착하고, 순진했으며, 향수가 강했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눈부신 로맨스로 포장했던 <봄의 눈>이나 메이지 유신 시대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믿음이란 주제로 마무리한 <북의 영년>도 마찬가지다. 이와이 슌지의 조감독 출신 덕에 ‘포스트 이와이’라 붙었던 별명은 <세상의…>의 흥행 이후 어느 정도 옅어졌지만, 동시에 그의 영화는 점점 따분해졌다. 과하게 감동을 추구하고, 눈물을 강요하는 장면이 유키사다 영화의 새로운 표식이 됐다.

올해 부산을 찾은 그의 영화는 두 편이다. 하나는 도호에서 제작하고, 사와지리 에리카와 다케우치 유코 등이 출연한 <클로즈드 노트>고 또 하나는 자신이 세운 회사 세컨드 사이트(Second Sight)의 창립작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이다. 둘다 '마음의 힘'과 믿음을 주제로 삼고 있는 점은 닮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모양새는 많이 다르다. 7년 전 본인이 직접 쓴 시나리오에서 출발한 <머나먼 하늘로 사라진...>은 국적, 시대가 불명확한 곳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판타지.” 아이들과 어른들의 삶을 이질적인 요소로 대조하며 지나간 시간의 소중함을 회고한다. 그는 이 영화를 일부러 “일본 영화의 대세를 거스르는 요소들를 모아 완성했다”고 한다. <클로즈드 노트>는 <세상의…> 이후 그의 영화들과 비슷해 보인다. 이사 온 집에 남겨진 일기를 통해 한 여자의 삶을 지켜보는 영화는 눈물과 감동의 결말을 무난히 끌어낸다. 하지만 그는 <클로즈드 노트>도 이전과는 다른 작품이라 말한다. “클래식한 느낌, 80년대 일본영화와 비슷한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고. 다음 영화는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는, 더 놀라운 작품이 될 거다.” 확실히 그는 변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히 상업화, 대중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그는 지금까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만든적이 없”으며, “만화 캐릭터에 집착하고, 드라마를 영화로 옮기고. 이런 걸 바보같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똑같이 그런 영화를 만들고 있다”며 일본영화계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다. 동시에 “매번 느긋한 느낌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홍상수와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고 밝힌다. “일상을 지탱해주는 기억”과 “영화에 대한 두근거림”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남자. 자신의 제작사를 갖춘 그의 영화가 또다른 시작을 예고한다.

사진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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