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죽음의 양쪽 혹은 죽음이 남겨놓은 흔적 <사랑의 예감>
2007-10-08
글 : 정재혁

<사랑의 예감> 愛の予感 고바야시 마사히로 | 2007년 | 102분 | 35mm | 일본 | 아시아 영화의 창 | 11:30 | CGV6

살해자의 어머니와 피해자의 아버지가 만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친다. 친구를 살해한 딸의 어머니와 친구에게 살해된 딸의 아버지를 교차로 인터뷰하는 영화 <사랑의 예감>은 죽음의 양쪽 혹은 죽음이 남겨놓은 흔적의 두곳을 기묘하게 붙인다.

10여분의 인터뷰 이후 영화는 1년 뒤로 시점을 옮기지만 두 남녀의 스침은 그대로 이어진다. 남자는 무심히 탄광과 기숙사를 오가고 여자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기숙사의 식당에서 일을 한다. 물론 그 기숙사는 동일한 공간이다. 두 남녀는 서로의 정체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서로를 마주보고, 변함없이 반복되는 스침은 남녀의 적막을 무거운 이야기로 쌓아낸다. 동일한 행동과 무언의 시간이 그 어떤 이야기보다 둔중하게 다가온다.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은 죄책감과 원한을 가진 두 남녀를 한곳으로 데려와 그들의 일상을 그저 바라본다. 하지만 시간의 축적은 놀랍다. 영화는 마지막 5분 두 남녀의 인터뷰를 다시 붙이면서 지금껏 지속된 시간들이 사랑의 힘, 살아가는 힘이었음을 암시한다. 한 시간이 넘게 이어지던 침묵 끝에 여자의 옷을 붙잡는 남자와 남자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살인사건은 이미 종료됐음을, 가해와 피해의 입장은 뒤바뀌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고통의 시간을 설득하지 않고 인내하는 과정이 충격적이다. 죽음과 혈연을 바탕으로 용서와 사랑의 결말을 예감하는 방식이 영화적인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올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포함 4개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감독이 직접 살해된 딸의 아버지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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