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Our Father
크리스토퍼 잘라 | 2007년 | 110분 | 35mm | 미국 | 월드 시네마 | 16:00 | 부산극장1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아들은 둘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크리스토퍼 잘라의 영화 <아버지>는 뉴욕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 국경을 넘는 아들의 여정을 담는다. 어릴 때 부모가 헤어져 단 한번도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페드로는 간직하고 있던 편지와 주소만을 갖고 멕시코 국경을 넘는다. 험난한 길을 지나 겨우 뉴욕에 도착했지만 이미 가방을 도둑맞은 상태다. 차 안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또래의 남자아이 주안이 그의 가방을 들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후 아들 행세를 하는 주안과 아버지의 관계를 약간의 유머와 눈물에 담아 보여준다.
크리스토퍼 잘라 감독은 가짜 아들과 아버지가 만난 상황을 끊임없는 부정으로 보여준다. 아버지는 닮은 곳이 없고, 기억이 없다며 찾아온 남자를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그는 자신이 간직한 이미지를 붙잡고 새로운 현실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 비극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진행되고 아들의 아버지 찾기는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러 급작스럽게 돌변한다. 경쾌하거나 관조적인 리듬으로 진행되는 건 선댄스 출품 영화들의 전형성 그대로지만 갑자기 톤을 바꾸어 사건을 일으키는 마지막은 의외다. 가짜 아들이 진짜 아들의 자리를 지우고 아버지는 엄청난 희생을 오해 속에 짊어진다. 뉴욕의 멕시코 체류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가 육중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순간이다. 아버지가 손에 쥐어준 돈을 거리에 흘리며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는 아들의 뒷모습도 충격적이다. 부자관계로 시작했지만 거짓말과 아이러니가 판치는 현실을 절묘하게 묘사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