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거장 크지슈토프 자누시의 신작 <검은 태양>
2007-10-09
글 : 주성철

<검은 태양> Black Sun
크지슈토프 자누시 | 2007년 | 104분 | 35mm, 컬러 | 이탈리아, 프랑스 | 월드 시네마

발레리아 골리노는 이제 완전히 잊혀진 이름이나 다름없다. <프리다>(2002) 정도를 제외하면 배우 활동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지만, 사실 최근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오가며 꾸준히 작품 활동 중이다. <검은 태양>은 폴란드영화의 거장 크지슈토프 자누시의 신작이면서 그녀의 요즘 모습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골리노가 연기하는 아가타는 궁궐 같은 대저택의 여주인이자 연하의 미남자 만프레디를 남편으로 둔 여인이다. 집 안에서 거의 알몸으로 지내는 그들은 바깥세상의 공기는 아랑곳없이 그들만의 행복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건너편에 사는 남자가 만프레디를 총으로 쏴 죽이면서 깊은 절망으로 빠져들게 된다. 인생의 막다른 곳에 내몰려 절망하던 그는 결국 뜻하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완전히 극과 극의 삶을 영위하던 그들은 그렇게 원치 않은 만남을 갖게 된다. 첫 장면부터 카메라가 무대의 이곳저곳을 훑으면서 시작하는 <검은 태양>은 고전적인 오페라 극임을 분명히 한다. 앞으로 시작할 이야기가 결국 무대 위의 인생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런 대담한 시작은 거장의 그것이 아니면 실로 힘든 것이다. 그 가운데 복수를 꿈꾸는 아가타의 욕망을 세밀하게 그려낸 크지슈토프 자누시의 연출력은 출중하고, 언제나 그의 영화의 음악을 맡고 있는 단짝 보이체크 킬라의 음악도 여전히 장중하다. 안제이 바이다와 더불어 현대 폴란드영화의 아버지로 칭송받고 있는 자누시는 지난 2000년 특별전 게스트로 부산을 방문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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