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생생한 현실의 소음 <자유로운 세계>
2007-10-09
글 : 주성철

<자유로운 세계> It’s A Free World…
켄 로치 | 2007년 | 96분 | 35mm, 컬러 | 영국,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폴란드 | 월드 시네마

켄 로치 영화에 다시 축구장면이 등장했다. 언제나 함께 해온 시나리오작가 폴 라버티의 존재감도 여전하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자유로운 세계>는 <보리밭에 부는 바람>(2006)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켄 로치가 다시 영국의 현재로 돌아온 영화다. 성희롱을 하는 손님에게 술을 끼얹고 해고를 당한 앤지는 자신의 친구 로즈와 함께 직업 중개소를 차려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이민자들을 모집해 사업을 확장하던 앤지는 곧 심각한 위험에 봉착한다. 여권도 없이 무작정 일만 시켜달라고 아우성이던 사람들을 승합차가 터지도록 태우고 다녔지만 그 결과는 썩 좋지 못했던 것이다. 이민자를 착취하며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던 영업은 곧 바닥이 드러나고, 화가 난 노동자들에 의해 자신의 아들을 인질로 잡힌 채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자유로운 세계>는 생생한 현실의 소음을 담아내는 켄 로치 현대극의 연장이지만, 흥미롭게도 이번에는 노동자들의 시선이 아니라 사용자의 시선에 서 있다. 이를 통해 켄 로치는 좀더 직설적인 조롱을 퍼붓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그가 늘 다뤄오던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이민자 정책에 대한 비판과 아들을 통한 교육의 문제까지 넘나들고 있다. 말하자면 켄 로치의 현대극이 다뤄왔던 대부분의 문제들을 하나의 맥락 위에서 교차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세계>를 ‘전작을 뛰어넘는 걸작’이라 말하긴 힘들지만, 이제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작품을 내놓는 그가 반가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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