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삶의 부조리에 관한 독특한 미스터리극 <역(驛)의 로망>
2007-10-09
글 : 주성철

<역(驛)의 로망> Crossed Tracks
클로드 를르슈 | 2006년 | 103분 | 35mm, 컬러 | 프랑스 | 월드 시네마

이제는 ‘고전’이라 불릴 만한 <남과 여>(1966)의 감독 클로드 를르슈의 신작이다. 사실 <사랑하기 위한 용기>(2005) 정도를 제외하자면 그의 최근 영화들은 하나같이 혹평에 시달렸다. 실제로 <역의 로망>은 계속되는 작품 실패로 인해 그가 가명으로 칸영화제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삶의 부조리에 관한 독특한 미스터리극이다. 성공한 여성 작가인 주디스 라리처에게 사실은 숨겨진 유령 작가가 있다는 흑백화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윽고 컬러 화면으로 바뀌면, ‘마법사’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이 탈출하고 그는 우연히 만나게 된 미용사 위게트의 남자친구를 연기하면서, 그녀의 고향집까지 가서 가족들 앞에 진짜 남자친구인 것처럼 행세한다. 밤이 되자, 가짜 신음소리를 내서 마치 섹스를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가 바로 주디스의 숨겨진 작가인데 위게트의 진짜 남자친구가 나타나면서 그는 마을을 뜬다. 그리고 급기야 그는 주디스 라리처의 팬 사인회에도 나타난다. 그녀는 알렉상드르 뒤마와 미켈란젤로에게도 숨겨진 어시스턴트가 있었다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역의 로망>은 이처럼 시간과 등장인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관객과 두뇌싸움을 벌인다. 국내에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에이리언4> <아멜리에> 등에서 키 작은 개성파 배우로 각인돼 있는 도미니크 피뇽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그는 마법사로 출연해 의외의 지적인 모습을 선보인다. 한편, 지난 2003년 아네스 바르다의 단편 <날아가버린 사자>에 출연한 적 있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문학 관련 TV프로그램에 그 자신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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