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달려가는 롤러코스터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
2007-10-11
글 : 김도훈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 Sukiyaki Western Django
미이케 다카시 | 2007년 | 121분 | 35mm | 일본 | 미드나잇 패션

하긴 불가능한 게 뭐가 있겠는가. 마카로니 웨스턴이 영웅적인 앵글로 색슨들의 서부극을 비정한 라틴식 개싸움으로 바꾸어놓은 지 어언 40여년이 흘렀다. 이제는 스키야키 웨스턴이나 카레 웨스턴 혹은 김치 웨스턴도 나올 때도 된 모양이다. 마침 한국의 김지운 감독이 만주에서 김치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만드는 동안,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는 장르의 재료들을 마구잡이로 끌어와서는 푸짐한 스키야키(すきやき: 일본식 소고기 전골요리) 웨스턴을 만들어냈다. 다이라 가문과 미나모토 가문이 대립했던 12세기 건페이 전쟁의 시대, 전설의 황금이 묻혀 있다는 산골마을 유타에 라이벌 갱단인 ‘겐지’와 ‘헤이케’가 찾아온다. 카우보이 모자와 권총을 쥐고 무사도를 논하는 두 갱단 멤버들은 마치 코스프레처럼 붉은색과 하얀색 복장을 차려입고는 마을을 피와 복수의 서부로 변모시킨다. 두 집단의 억압에 시달리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셰인이나 장고 같은 영웅이 필요하고, 다행히도 끝내주는 훈남 총잡이가 홀연히 마을에 등장한다. 그의 뛰어난 총솜씨는 겐지와 헤이케 갱단들로 하여금 스카우트의 욕망을 불러일으키지만 영웅의 목적은 억압받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괴상한 웨스턴 전골영화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를 간략하게 설명해보자. 첫째, 이 영화는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화끈하게 오락만을 위해 달려가는 롤러코스터다. 둘째, 일본인 배우들이 일본식 악센트로 영어 대사를 웅얼거리는 탓에 알아듣기가 꽤나 어렵다(물론 자막이 있으니 영화제 관객에게는 별 상관이 없을 거다). 셋째, “화면이 끝내줄 거다”는 미이케 다카시의 호언장담 그대로 액션장면을 비롯한 시각적 쾌감은 미이케 다카시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최상급이다. 넷째, <데스 프루프>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스키야키가 너무 달다며 여자를 패대기치는 전설적인 총잡이로 나오는데다가 후반부에는 휠체어에 앉은 노인으로 또다시 등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결국 <스키야키 웨스턴>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설명 그대로 “마치 8살짜리 아이가 뒷마당에서 놀면서 만든 듯한 영화”다. 장르의 관습을 가져와서 ‘미이케 월드’의 신종 놀이기구로 만들어버리는 미이케 다카시의 변태적인 재능 앞에서는 무덤 속의 세르지오 레오네도 손뼉을 치면서 좋아할 게다. 이 영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최고급 등심이 푸짐하게 들어간 스키야키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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