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할리우드 고전 필름누아르 <천당구>
2007-10-11
글 : 주성철

<천당구> Blood Brothers
알렉시 탄 | 2007년 | 95분 | 35mm, 컬러 | 대만, 홍콩 | 오픈 시네마

<천당구>는 오우삼의 <첩혈가두>(1990)의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더구나 <Blood Brothers>라는 영어 제목은 오우삼이 과거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장철 감독의 <자마>(1973)의 영어제목이기도 하다. <첩혈가두>와 <자마> 모두 옛 우정의 파괴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천당구>와 맞닿아 있다. 아봉, 대강, 소호는 출세를 꿈꾸며 상하이로 간다. 거대한 파라다이스 클럽에서 일하게 된 그들은 암흑조직에 얽혀들면서 점차 우정이 깨져가기 시작한다. 대강은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며 난폭해져가고 그를 쳐다보는 친동생 소호와 아봉의 마음은 그럴수록 불길해진다. 또한 아봉은 보스의 오른팔인 마크가 보스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시에 보스의 정부이기도 한 클럽 여가수 루루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렇게 그들은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한데 엮여 들어가게 된다. ‘천당구’란 천당으로 가는 입구를 뜻하는 말로 그들이 함께 일하는 파라다이스 클럽의 한자이름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처한 운명과 비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배우 장첸과 오언조의 매력도 돋보이지만 “평생 인력거만 끌 거냐?”며 가장 빨리 세상의 때가 묻는 대강 역의 리우예(<황후화>의 장남)도 과감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신예 연기자들이 과거의 오리지널 배우들을 교체한 재미가 쏠쏠하다. <첩혈가두>의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현란한 총격신 장면이 기대만큼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첩혈가두>보다는 오히려 중절모를 쓰고 두텁고 긴 코트를 걸친 할리우드 고전 필름누아르의 무드를 떠올리는 편이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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