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정감어린 유목민들의 유머 <투야의 결혼>
2007-10-11
글 : 오정연

<투야의 결혼> Tuya’s Marriage 왕취엔안 | 2007년 | 96분 | 35mm | 중국 | 아시아 영화의 창 | 16:30 | CGV5

오늘날의 중국은 온갖 사라져가는 것들의 무덤과 같은 곳이다. 동시대 중국의 젊은 감독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산업화와 자본주의화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미학적인 정당성까지 인정받은 (생물학적 나이는 젊지 않지만, 영화 경력으로는 젊은 편에 속하는) 왕취엔안 감독은 그중에서도 중국의 소수민족, 몽골의 유목민에 눈길을 돌렸다. 오직 생존만이 최고의 덕목이고 윤리인 그곳, 잊혀져가는 문화에 매료된 감독은 자신의 세 번째 장편에서 효율적이고 솔직한 그들의 삶의 태도를 전달한다. 목숨을 걸고 우물을 파던 남편이 불구가 된 뒤, 두 자식과 자신은 물론 지금의 남편까지 책임져줄 두 번째 남편을 찾기 위한 투야의 고군분투를 바라보는 그의 카메라는 늘 고즈넉하고 따뜻한 거리를 유지한다. 영화의 스타일 역시 처음과 마지막을 통일한 것과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수줍은 교차편집을 시도한 것을 제외하면 기교없이 우직하기만 하다. 이를 완성한 것은 숨결까지 느껴지는 인물들의 핸드헬드 클로즈업과 숨막히게 광활한 초원의 롱숏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독일 출신 촬영감독 루츠 레터메이어의 몫이었다고. 무뚝뚝하지만 정감어린 유목민들의 유머, 올바른 생존을 향한 그들의 본능적인 윤리는 그 안에서 빛을 발한다. 유례없이 강인하고 현실적이며 매력적인 여성캐릭터를 연기한 위난은 왕취엔안 감독과 몇번에 걸쳐 호흡을 맞추었던 ‘전문’ 배우. 영화 곳곳의 일반인들과 완벽하게 조우하여, 올해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의 강력 후보로 점쳐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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