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작아진 파이 때문에 모두가 울적한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가을은 모두가 행복한 모양이다. 지난 10월13일과 15일자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뚜렷한 대작이 극장가를 휩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객을 겨냥하는 중소 규모의 특색있는 영화들이 평화로운 공존에 성공했다.
10월 둘쨋주 2천개관 이상의 규모로 개봉한 세편의 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 5위 안에 안착하여 모두 1천만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중에서도 1위를 차지한 로맨틱코미디 <나는 왜 결혼했을까?>는 흑인 극작가 겸 배우인 타일러 페리 감독의 두 번째 극장용 장편영화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전폭적인 지지로 흥행수익이 2천만달러를 훌쩍 넘겼다. 와킨 피닉스 주연의 범죄드라마 <우리는 밤을 지배한다>는 개봉 첫주 3위를 기록하며 남성 관객의 힘을 증명했고, 10월 첫쨋주 15개관에서 100만달러 가깝게 수익을 올리며 시작한 조지 클루니 주연의 <마이클 클레이튼>은 2511개관으로 개봉관을 확대한 뒤 4위를 차지했다. 한편 <엘리자베스>의 후속작인 케이트 블란쳇의 <골든 에이지>는 10월 둘쨋주 개봉 첫주 2001개관에서 615만달러를 벌어들여 6위에 그쳤지만 상당수 여성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9월 말 개봉작들의 지구력도 주목할 만하다. 9월28일 개봉하여 개봉 1, 2주 북미흥행 1위를 차지했던 <게임 플랜>은 3주차인 10월 둘쨋주에도 2위에 머물며 1660만달러 수익을 기록했고, 9월21일 364개관에서 개봉한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개봉 4주차인 같은 주, 964개관으로 개봉관을 확대하며 흥행수익 8위를 지켰다. 현재 1290만달러가량의 흥행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아버지를 찾아 미국에 건너온 영국 남자와 미국 소녀의 사랑을 그린다. 제목을 비롯한 주인공의 이름까지 비틀스의 노래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규모로 개봉한 다수의 인디영화들 역시 행복한 가을을 누리고 있다. 10월 둘쨋주 뉴욕 필름포럼에서 단관 개봉한 영국영화 <컨트롤>은 2만7천만달러로 스크린당 수입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필름포럼 역사상 최고액으로, 2주차부터 LA까지 개봉관을 늘릴 전망이다. 이 정도로 극적이진 않지만, 비슷한 시기 개봉하여 같은 주 스크린당 수입에서 그 뒤를 작품들도 화려하다. <라스 앤드 더 리얼 걸>(Lars and the Real Girl),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가 출연하는 케네스 브래너의 리메이크작 <슬루>(Sleuth), 웨스 앤더슨의 <다즐링 주식회사>, 리안의 <색, 계>, 숀 펜의 연출작 <인투 더 와일드>가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