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스폿 인터뷰] “영화 틀면… 아마 울 것 같다”
2007-10-23
글 : 최하나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더티 댄싱> 개봉 20주년 기념상영하는 김은주 즐거운 시네마 대표

“Be my be my baby~.” 추억의 멜로디가 귓가를 간질이는 곳. 빛바랜 정겨움으로 서대문 로터리를 지키고 선 단관극장, 드림시네마에 20년 전의 기억이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다. 87년 한국 극장가를 달궜던 <더티 댄싱>이 개봉 20주년을 맞아 11월23일 다시 스크린을 찾게 된 것이다. 오랜 집념으로, 세월을 건너뛴 재회를 계획한 것은 <더티 댄싱>의 열렬한 팬이자 ‘즐거운 시네마’의 대표로 드림시네마를 운영 중인 김은주씨. <더티 댄싱> O.S.T가 울려퍼지는 극장에 그와 나란히 앉아 남다른 팬심의 사연을 들었다.

-<더티 댄싱>에 어떻게 그토록 빠지게 됐나.
=개봉 당시 중학생이었다. 너무 보고 싶었는데, 미성년자 관람불가였기 때문에 번번이 극장에 들어가질 못했다. 거의 포기를 했었는데, 신촌에서 앙코르 상영을 한다는 말을 듣고 화장하고 모자를 쓰고 갔다. (웃음) 정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좋더라. 태어나서 그렇게 재밌게 본 영화가 없었다. 비디오가 나왔을 때 그걸 또 샀는데, 단지 테이프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설레던지. 그래서 그때 시험을 망쳤다. (웃음)

-다시 개봉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10년 전에 처음 시도를 했었다. 87년 당시 영화를 수입했던 사장님을 찾아가서 물어봤더니, 판권이 이미 소멸된데다가 갖고 있는 필름도 손상이 심해서 상영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그 뒤로 극장 운영 일을 하면서 줄곧 수입사 사장님들이나 지인들을 통해 필름을 구할 경로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라이온스게이트와 계약을 하게 됐다. 바로 내일 필름이 도착한다.

-극장 운영에는 어떻게 뛰어들게 됐나.
=내가 영화쪽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4살 때 일반 회사에 입사했는데, 처음 기획서를 작성해서 낸 것이, 드림시네마를 인수해 관리하자는 안이었다. 그게 정말로 채택이 돼서 시작됐고, 나중에 회사에서 나와 독립한 뒤에는 스카라극장을 인수해서 문닫기 전까지 4년 정도 운영을 했다.

-드림시네마 역시 곧 문을 닫는다고 들었다.
=내년에 이 지역이 재개발에 들어가서, 극장이 없어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언제가 될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착공이 들어가는 순간까지 극장을 지킬 거다. 드림시네마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사명감이 있고, 그래서 최후의 이벤트인 <더티 댄싱>을 위해 스크린과 사운드 시스템을 새로 교체했다. 극장 내부도 그때의 향수를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꾸미고, 최소한 100일 동안 오래오래 상영할 거다.

-20년 된 영화다. 사람들의 호응이 클 것 같나.
=많은 분들이 오시라고, 입장료도 20년 전 가격에 맞춰 3500원으로 책정했다. 과거 <더티 댄싱>을 사랑했던 팬뿐 아니라 삶이 바쁜 사람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꼭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아… 첫 상영을 하게 되면, 영화를 보며 막 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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