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일본을 울린 눈물의 힘은 원작소설
2007-10-23
글 : 정재혁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뒷이야기

오다기리 조의 출연작 중 유일하게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영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2006년 일본을 휩쓴 도쿄타워 신드롬의 영화판이다. 대중적이지 않은 배우 오다기리 조가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울렸는지 그 비결은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에 담겨 있다. 일본인들의 꿈과 향수, 평생의 고향 어머니에 대한 눈물이 유머와 함께 묻어나는 이야기. 2006년 한해 일본을 울린 도쿄타워의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도쿄 드림의 상징, 도쿄타워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

‘연인과 함께 도쿄타워에 갔을 때 불이 꺼지면 그 사랑은 영원하다’는 믿음이나, 에쿠니 가오리가 소설 <도쿄타워>에서 묘사한 금지된 사랑의 피난처처럼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도쿄타워를 단지 낭만적인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일본의 중년들에게 도쿄타워는 꿈의 상징이다. 고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당시 일본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수많은 젊은이들이 물밀듯이 상경했고, 고속철도인 신칸센 개통, 넘쳐나는 공장과 치솟는 땅값에 일본 정부는 도쿄 주변에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도쿄라면 언제 어디서든 보이는 도쿄타워는 ‘도쿄 드림’의 상징. 1958년 철탑으로는 세계 최고인 333m로 지어져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호의 중계 스테이션으로 쓰였고, 이후 전망대, 수족관, 갤러리 등의 시설들이 들어서며 도쿄 시민들의 오락 공간이 되었다. 현재도 도쿄타워는 <NHK> <TBS> <후지TV> <아사히TV> 등 거의 모든 방송사의 전파를 송출하고 있다.

2006년 일본을 휩쓴 도쿄타워 바람

영화의 모태가 된 릴리 프랭키의 소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는 일본의 서점 직원들이 선정하는 ‘2006 서점대상’의 대상 수상작이다. 릴리 프랭키와 재일 한국계 소설가 유미리, 문예평론가 후쿠다 가즈야 등이 함께 창간한 동인문학지 <en-taxi>에 연재되기 시작해 2005년 6월28일 단행본으로 발매됐고, 2006년 1월에는 판매고 100만부를 돌파했다. 2006년 10월31일에는 누적 2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작가인 릴리 프랭키가 자전적인 경험을 그대로 녹여서 쓴 소설은 70년대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를 자극해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일본의 소설가이자 TV프로듀서인 구제 데루히코는 “히라가나로 쓰여진 성서”라고 평했다. 일본인들 사이에선 “우는 얼굴을 보여주기 싫다면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 건 위험”이란 말이 돌았을 정도. 2006년 11월에 단막극 드라마를 시작으로 2007년 1월부턴 하야미 모코미치 주연의 연속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2007년 5월엔 오다기리 조의 영화가, 2007년 7월에는 무대에서 연극으로 선보였다.

릴리 프랭키는 누구?

원작자 릴리 프랭키

작가의 이름만 들으면 이 소설이 일본 소설이 맞는지 의심할 수도 있다.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쓴 작가 릴리 프랭키의 본명은 나카가와 마사야.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과 동일하다. 릴리 프랭키는 그의 펜네임으로 대학교 때 단짝친구와 어울려 다니던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장미와 백합’(로즈와 릴리) 같다고 말해 붙여진 이름이다. 뒤의 프랭키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일본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이름을 갖고 싶어서” 본인이 나중에 붙인 것. 한때는 영국 밴드 Frankie Goes To Hollywood나 일본 록밴드 BLANKEY JET CITY를 자신의 펜네임으로 쓰기도 했다. 소설가, 에세이스트, 그림책 작가, 아트디렉터, 디자이너, 뮤지션, 연출가, 포토그래퍼 등 셀 수 없이 많은 직업을 겸하고 있으며, 작사나 작곡을 할 때는 엘비스 우드스탁이란 이름을 쓴다. 탤런트 야스 메구미와 함께 리리메구라는 이름으로 CD를 내기도 했으며, 스마프 멤버 기무라 다쿠야의 솔로곡 <당신이 있어>의 가사를 썼다.

눈물 뒤에 숨겨진 괴짜

영화에선 많이 생략되어 있지만 소설과 릴리 프랭키가 직접 고백하는 자신의 진짜 이야기는 좀더 엽기적이다. 외할머니 댁을 떠나 엄마와 새로 찾은 집은 이미 폐허가 된 옛 병원 건물이었고, 도쿄에 올라와 돈이 떨어졌을 때 그는 예전에 헤어졌던 여자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어덜트 비디오 콘테스트인 ‘AV OPEN 당신이 결정한다, 세루어덜트비디오 일본 결정판’의 명예 총재, ‘일본미녀선발협회’의 전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괴짜인데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를 발매하면서는 이 책이 모든 이에게 소중하게 다루어졌으면 좋겠다며 “더럽혀지기 쉬운 하얀 표지”로 만들어달라 주문했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상습 지각범이지만 부탁받은 일은 거절하는 일이 없으며, 한창 많이 글을 쓸 때에는 동시에 30편의 작품을 연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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