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이철민의 미드나잇] 너무나 미국적인 괴짜 영국 중년 아저씨
2007-10-25
글 :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하우스>의 주인공 닥터 하우스를 연기하는 휴 로리

<닥터 하우스> SBS 금·토 밤 12시5분
<하우스> 시즌3 OCN 월·화 오전 10시·오후 7시50분

영국 출신의 배우지만 <하우스>를 통해 미국에서 큰 성공을 누린 휴 로리.

주인공 엔트워스 밀러의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 방송을 탄 <프리즌 브레이크>의 후속작으로 <하우스>가 방영 중이다. 그 소식에 상당수 미드팬들의 반응은 “아니 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2를 방영하지 않는 거지?”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시즌3가 9월17일부터 방영이 시작된 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히 시즌2를 방영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상황에서 끝나기 때문에 팬들의 이런 불만 섞인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러나 반대로 CATV나 어둠의 경로를 통해 <하우스>를 탐닉한 이들은 그 뉴스에 환호성을 올렸다. <하우스>가 일반 시청자 사이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미드이지만, <그레이 아나토미>와 함께 의학 미드의 양대산맥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미드 관련 카페나 동호회에 가보면 <하우스>의 주인공 하우스 박사를 ‘하박’으로 부르는 팬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CSI> <24> 혹은 <프리즌 브레이크>와 동등한 수준으로 활성화된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냥 제목만 보면 공포영화나 도박과 관련된 영화가 떠오르는 <하우스>의 원제는 <House M.D.>. 제목 그대로 의사인 하우스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환자들의 희귀병을 찾아 치료를 해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하우스>의 에피소드들이다. ‘병원을 무대로 한 <CSI>’라는 별명도 그래서 붙여진 것. 아주 극단적인 병들을 매회 등장시키지만, 셜록 홈스를 모델로 만들어진 하우스 박사가 이른바 ‘소크라테스식 진단법’에 따라 마침내 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해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미드의 주인공이 결코 ‘병’ 그 자체나 혹은 불행하게도 그 병을 가지게 된 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환자가 병에 걸리게 되는 가슴 아픈 혹은 드라마틱한 사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 시스템과 환자를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의 하우스 박사가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미드가 기획될 당시 하우스 박사를 연기할 배우를 찾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전형적인 미국의 괴짜 지식인을 연기할 참신한 얼굴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그런 배역을 휴 로리가 따내는 데는 아주 재미있는 뒷얘기들이 있다. 2003년 오디션이 진행될 때 휴 로리는 영화 출연을 위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비디오테이프에 자신이 하우스 박사를 연기하는 모습을 담아 보내야 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 그것도 밝은 불빛이 있는 실내를 찾을 수 없어서 호텔 욕실에서 촬영을 해야 했다. 제작자로 <하우스>에 참여한 영화감독 브라이언 싱어는 그 비디오를 보고 “바로 내가 찾던 진짜 미국인이 저기 있군”이라 감탄하며 휴 로리를 낙점했다고 전해진다. 휴 로리가 1959년 옥스퍼드에서 태어난 ‘뼛속부터 영국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말이다.

영국인 휴 로리는 당시 영국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배우였다. 이튼 칼리지를 나와 케임브리지대학을 다닌 엘리트였던 그는, 대학 시절 에마 톰슨을 만나 사랑을 나누며 ‘각광’(Footlights)이라는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다. 졸업과 함께 본격적인 연기생활을 시작한 이후 그에게는 대체로 재치있는 말투를 가진 상류 계층 영국 남성 역할이 주로 들어왔다. 그러던 그가 미국인들도 속을 정도의 미국 괴짜 중년의 악센트를 완벽히 구사하며 펼친 호연은 <하우스>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전환점이 되었다.

미국에서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지난 8월 말 있었던 텐 초이스 어워드(Teen Choice Awards)의 TV드라마 남자배우 부문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엔트워스 밀러, <로스트>의 매튜 폭스, <히어로즈>의 밀로 벤티미글리아, <슈퍼내추럴>의 자레드 페타레키 등 10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훈남들을 누르고 당당히 수상했기 때문. 이미 골든글로브를 2006년부터 2년 연속 수상한 상태였지만, 10대들에게서 최고의 남자배우로 선정됨으로써 그의 매력이 상당히 폭넓은 연령층에 소구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연 지상파 방송을 계기로 그가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팬을 확보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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