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인사때 주연배우 서정의 말마따나 <경계>는 참으로 '건조'한 영화가 맞다. 배경도 연기도 카메라의 움직임도 모두 건조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인공은 사막이 좋은 이유가 깨끗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경계> 역시 사막과도 같은 정갈함을 미덕으로 지녔다. 맑고 높은 하늘, 끝없이 펼쳐진 초원, 손톱만한 사람들과 그들의 느릿한 움직임, 좀처럼 말이 없는 고요함 등등. 영화는 초원의 유목민을 다룬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몽골을 배경으로 찍은 항공사 CF 혹은 사진전시물 같은 화면을 고즈넉히 보여주다가 남한 사람들의 영화 촬영 장면과 울란바토르 장면을 통해 지금껏 보아온 몽골의 풍광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새삼 일깨운다. 서정과 바털지의 모래바람처럼 서걱거리는 (무)표정 연기도 압권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뒤로 갈수록 아들의 대사가 남한 소년의 것처럼 들렸다는 점 (이는 시나리오의 문제이기도 하고, 연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작 <망종>의 서사와 재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관객에게 몽골이라는 시공간을 직접 체험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매우 특별한 영화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여기 여기, 정보 담아가세요!, 노인, 장애인 관객이 알아두면 좋을 영화 활동
-
극장 에티켓은 극장에 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용 관람이 필요한 이유
-
[인터뷰]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출연자 시라토리 겐지 감독 미요시 다이스케, 가와우치 아리오
-
극장은 평등하지 않다 장애인, 노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 오늘의 영화관
-
[특집] 환영합니다, 한명도 빠짐없이 극장에 입장하세요! - 노인, 장애인 관객이 말하는 영화관 이용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극장에 필요한 것들
-
[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주요 로케이션과 촬영 지원작 리스트
-
[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드라마’, <쌈, 마이웨이> 부산 제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