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스폿 인터뷰] “커뮤니케이션의 단절도 일종의 ‘쇄국’이다”
2007-11-06
글 : 장미
사진 : 이혜정
<벡실> 소리 후미히코 감독

사진기자는 소리 후미히코 감독이 “공무원 같다”고 했다. 굴곡없는 말투와 단정한 옷매무새에서 확실히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외양과 대조적으로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재기발랄하거나 대담했다. 장편데뷔작 <핑 퐁>은 탁구시합을 펼치는 엉뚱한 소년들의 이야기요, 제작자로 참여한 <애플시드>는 화려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SF애니메이션이었다. 두 번째 연출작 <벡실>은 그보다 훨씬 과감한 설정을 선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2077년 쇄국정책을 펼친 지 10년째인 일본에서 수상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음모를 파헤치고자 일본에 잠입한 미국 특수부대원 벡실이 발견한 것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일본의 미래. <벡실>의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소리 후미히코 감독을 만났다.

-데뷔작인 <핑 퐁>은 실사영화였는데 두 번째 영화인 <벡실>은 애니메이션이다.
=나는 지금까지 CG작업을 많이 해왔고 CG만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편집자: 그는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특수효과회사 ‘디지털 도메인’에서 일한 바 있다.) 그전에 <애플시드>라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설정과 결말이 상당히 비극적인데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정보로만 연결된다는 건 차갑고 외로운 일이다. 국가적인 단위의 쇄국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쇄국, 그런 걸 떠올리면서 영화의 내용이 시작됐다.

-일본의 과거나 현재 상황을 보면 정치적으로 읽을 만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쇄국정책이란 설정 때문에 정치와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벡실>의 이야기는 일본에 국한된 게 아니라 한국이나 영국,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애플시드>가 그랬듯 액션신이 눈에 띄던데.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액션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아하기도 하고.

-그림이나 스타일 면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라면.
=눈 부분을 자연스럽게 묘사하려고 했다. 만화스럽지 않게 진짜 사람처럼. <애플시드> 때는 얼굴색을 표현하기 위해 네 가지 색상을 사용했는데 <백실>에선 좀더 다양한 색상을 썼다.

-VFX슈퍼바이저로 일한 경력도 있다. 원래 기계나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나.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이나 기계 장치를 접할 기회가 더 많았지만 사실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쪽 성적이 잘 나오더라. (웃음) 공대생이었지만 항상 소설책을 끼고 다녔다. 일본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차기작이 <이치>라고 나와 있던데 어떤 영화인가.
=다음 작품은 ‘여자 자토이치 이야기’라고 부를 만한 액션물이다. 눈이 보이지 않은 여성 검객이 나오는데 액션신이 많은 감정적이고 슬픈 내용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아야세 하루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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