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내년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11번째 기증품은 이강원 감독이 기증한 복혜숙 사인집입니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한껏 치장한 모던 걸, 모던 보이가 활보하고, 화려한 신문물이 넘쳐나던 개화기 경성의 풍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유명한 말의 주인공은 바로 1920년대 최고 스타로 군림했던 배우 복혜숙이었다. <낙화유수> 등 1920년대 대표작들에서 주인공을 도맡아하던 그는 20년대 후반부터 8년 동안 ‘비너스’라는 다방을 운영했다. 무도장도 겸했던 ‘비너스’는 당대의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은 모두 모이는 명소 중의 명소였다. 1937년 조선총독부에서 무도장을 금지하자 복혜숙은 <삼천리> 1월호에 서울의 유명한 기생들과 함께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였던 것이다. 복혜숙은 1940년 처음으로 할머니 역을 맡은 이후 1981년 이장호 감독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까지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원조 ‘한국영화의 어머니’로 후배 영화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장본인이었다. 원로 감독 이강원이 기증한 사인집은 후배 여배우들이 복혜숙을 위해 한장 한장 자신들의 친필 사인을 적어 만든 사인집이다. 석금성 등 정성스레 적혀 있는 후배 영화인들의 이름은 자체로 선배 영화인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과 존경을 느끼게 해준다. 표지에 ‘복혜숙 여사 기념 싸인집, 대한배우협회 여배우 일동’이라 적힌 이 사인집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언제, 어떤 연유로 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잊혀진 사연을 찾아 후대에 알리고 나누는 것 역시 영화박물관에 남겨진 과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