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11월18일(일) 오후 2시20분
어린 마리아는 아일랜드 테러리스트인 아버지와 중남미를 돌며 폭탄테러를 감행하며 자라났다. 어느 날 테러 현장에서 아버지를 잃고 갈 곳 없어진 마리아(브리지트 바르도)는 우연히 보드빌 서커스단과 마주치게 되고, 서커스단의 가수인 또 다른 마리아(잔 모로)의 눈에 띈다. 마리아2(잔 모로)는 마리아1(브리지트 바르도)에게 공연을 제안하고 둘은 “마리아 & 마리아”라는 호칭으로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쇼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아름다움이 남자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면서 “마리아 & 마리아”는 유명인사가 된다. 이 지점까지 영화는 보드빌 쇼 장면과 이들을 태운 마차가 또 다른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반복하면서 가볍고 유쾌한 뮤지컬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영화의 중반, 독재자와 교회에 저항하는 혁명가 플로레스(조지 해밀턴)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실 플로레스는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살해되지만, 그의 죽음이 두명의 마리아에게 끼치는 영향이 이후 플롯을 지배한다. 플로레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사상에 감화를 받은 마리아2는 서커스단원들과 민중을 선동하여 혁명을 완수하기로 한다. 그러나 서커스단 가수로 살아온 마리아2에게 총과 칼을 들고 감행하는 혁명은 역부족일 수밖에. 이때, 혁명의 피가 잠재된 마리아1이 어린 시절부터 익힌 용맹성을 발휘한다.
이처럼 루이 말의 <비바 마리아!>는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듯하지만, 당대 최고의 배우인 잔 모로와 브리지트 바르도의 카리스마 덕에 무게중심이 잡힌 영화다. 테러리스트의 딸에서 보드빌 서커스단의 가수로, 혁명가의 연인에서 혁명가로 정체성을 바꾸는 마리아들은 마치 분신처럼 보인다. 성스러움과 관능, 그리고 영웅적 이미지를 능동적으로 오가는 이들의 변화무쌍함은 근래에도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다. 뜨거운 초원을 가로지르며 몸을 사리지 않고 독재자, 자본가, 교회권력과 싸우는 마리아들은 여느 웨스턴 카우보이들처럼 임무를 위해 한껏 무게잡지 않고 오히려 보드빌 쇼를 하듯,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웨스턴의 새로운 주인공들, 그녀들은 확실히 즐기면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