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미래의 영화는 어떻게 될까? <베오울프>를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보면 누구라도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흔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면서 롤로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베오울프>만큼 롤로코스터에 다가간 영화는 없는 것 같다. 테마파크에서 보는 입체영화와 비슷한 체험이지만 입체영화와 달리 캐릭터와 이야기가 있는 <베오울프>는 미래의 영화가 지금껏 보던 것과 다른 종류일 것이라 암시한다. 극장용 영화란 3차원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종류만을 의미하고 나머지 영화는 TV나 컴퓨터 모니터로만 보는 시대가 오는 게 아닐까. <베오울프>가 그 정도로 완벽하진 않지만 기술이 점점 발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싶다. 물론 <베오울프>의 기술은 특정한 소재에 한정된 것이다. <베오울프>가 드래곤과 마녀가 나오는 중세모험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의 상상에만 존재하는 시공간이 아니라면 이런 기술의 장점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베오울프>를 본 직후 <파라노이드 파크>를 보면서 3D 캐릭터가 연기하는 <파라노이드 파크>를 잠깐 상상해봤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베오울프>와 너무도 다른 스타일의 영화 <파라노이드 파크>는 10대 소년 주인공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별다른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우수에 젖은 듯한 맑은 눈은 여러 가지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수줍은 듯 자주 고개를 숙이고 말수가 적은 이 소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화는 소년의 마음 속에 일고 있을 질풍노도를 한번도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를 둘러싼 공기와 해변 갈대밭의 풍경, 점프하는 스케이트보드, 파라노이드 파크의 젊은이들 등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 중첩되면서 소년의 마음에 다가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액션의 흥분이나 공포효과처럼 즉각적인 자극이 없는 이 세계와 눈앞에서 피가 튀고 창을 찌르는 듯한 <베오울프>의 세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관조하며 즐길 수 있는 영화와 한치 여유없이 시신경을 내맡겨야 하는 영화.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3D 캐릭터를 쓰면서 관조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미지와 사운드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속에서 배우의 눈을 통해 극중 인물의 마음을 읽는 일은 오직 전통적인 영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블레이드 러너>처럼 인간과 사이보그의 구분이 없어지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마도 디지털 기술의 진화 초창기엔 영화에 신기술을 도입해야 할 이유가 중요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비용을 들여서 얻게 될 효과가 무엇이냐는 질문. 로버트 저메키스는 답을 찾아 무모한 도전을 했고 마침내 <베오울프>까지 도달했다. 그걸 확인하고 나니 언젠가는 거꾸로 묻는 일이 중요한 시대가 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 신기술이 아니라 전통적인 아날로그 영화로 찍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시대. 그때는 3D 캐릭터가 모방할 수 없는 연기의 깊이와 신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영화의 스타일이 문제가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가 믿는 최후의 보루는 그래야 인간의 영혼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