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1월 19일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사초동’이란 가상의 동네가 영화의 무대. 동네 곳곳에서 4번의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추리소설작가인 경주(오만석)와 동네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형사 재신(이선균)은 사초동에서 오랜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다. 경주에게는 요즘 살인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일이 많다. 출판사 편집장은 신인작가들의 고집을 탓하며 경주를 무시하고, 집주인은 밀린 월세를 독촉하다 못해 경주를 내쫓고, 거리의 폭주족들은 그에게 소화기를 쏘아댄다. 어느 날 밀려드는 살인충동을 이겨내지 못한 경주는 집주인을 살인한 후, 연쇄살인범의 수법을 모방하여 시체를 전시한다. 한편, 경주와 재신 말고도 사초동에서 나고 자란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어린왕자’란 이름의 문구점을 경영하는 효이(류덕환)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착한 청년으로 소문나 있지만, 소년 같은 얼굴 이면에 잔혹한 살인본성을 숨기고 있다. 형사와 연쇄살인범, 그리고 모방범죄자를 한 동네에 밀어넣은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들의 숨겨진 관계를 추적한다. 11월 29일 개봉.
말X3
"집에서 까지 계속 칼을 들고 다니니까 어머니가 내쫓으려고 하더라."(웃음) - 류덕환
"살인에 관한 인터뷰를 책으로 만든 자료들을 보면서 간접경험을 많이 했다. 촬영하면서 말도 거칠게 하는 등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순해졌다."(웃음) - 오만석
100자평
동네라는 구획안의 인물들이 동네를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미스터리스릴러. <우리동네>는 일상의 공간을 살인의 무대로 설정한 점에서 흥미로운 영화다. 아침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체가 발견되는 영화의 시작도 그 점에서 호기롭다. 극중 경주가 충동을 못 이겨 집주인을 죽이고 난 후 짓는 허탈한 표정에서는 금단의 선을 넘어버린자의 불안도 느껴진다. 하지만 연쇄살인의 비밀이 인물들의 과거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부터 영화는 몇 발자국을 후퇴한다. 연쇄살인범에게는 어린 시절 겪은 사건이 트라우마로 작용하며 살인대상인 여자들은 ’타락’했기 때문에 죽었다는 해묵은 관습은 영화의 흥미로운 시작을 무안하게 만든다. "기교만 있지 순수함이 없다"는 극중 경주의 대사는 아마도 <우리동네>에 대한 여러 비평에 인용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우리동네>에서는 장르적인 기교와 연기의 기교가 영화의 본래의도를 잠식해버린다.
- 강병진 <씨네21>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