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스폿 인터뷰] “앞으로 악역만 들어올까봐 걱정이다”
2007-11-27
글 : 강병진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세븐데이즈>의 배우 최명수

마음껏 놀라도 좋다. 영화 <세븐데이즈>에서 정철진을 연기한 배우 최명수의 실제 나이는 “이왕이면 만 나이로 적어달라”는 마흔살이다. 극중에서 변호사인 지연은 정철진의 무죄를 입증하려 동분서주하지만 그의 빈정거리는 행동과 말투는 종종 그녀의 화를 돋운다. 언뜻 보기에 다소 험상궂게 생긴 20대 중반의 외모를 가진 정철진은 실제 관객에게도 폭력 충동을 느끼게 만들 정도로 현실감있는 악역이다. 하지만 정작 실제의 본인은 억울한 눈치다. “사실 정철진만 유별나게 센 역할이었다. 그전에는 주로 인간미 넘치고 정감있는 남자를 많이 연기했다. (웃음)”

-정철진은 영화 끝까지 애매모호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했나.
=그 점이 고민이었다. 원신연 감독은 이런 사람도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 또한 정철진이 기본적으로는 악인이지만,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 부분을 노출시켜야 후반부의 비극이 더욱 강렬할 것 같더라.

-정철진은 과연 정상인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특히 햄버거를 우걱우걱 삼키는 장면은 사람같지가 않았다.
=기본적으로 ‘또라이’겠지. 정철진의 전사에 대해서 감독과 이야기한 건 없지만, 나름대로 상상을 많이 했다. 분명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지는 않았을 테고, 그로 인한 콤플렉스도 있을 것 같더라. 그런 부분을 생각할 때, 거친 짐승 같은 면이 드러나야 할 것 같았다. 법정신에서도 지연을 바라보거나 하는 표정에서 짐승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생각했다.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다.
=당연히 무섭다는 말이 가장 많았다. 특히 스탭들이 나를 좀 다르게 본 것 같다. 현장에 처음 갔을 때, 스탭들은 “저렇게 순하게 생긴 사람이 정철진을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더라. (웃음) 아내한테는 미리 “세게 나오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워낙 겁이 많은 친구라서. (웃음)

-연기는 어떻게 시작한 건가.
=고3 때 처음 돈을 받고 연극에 출연했다. 로가로세라고 고등학생들이 모이는 연합연극서클이 연기생활의 첫 공간이었다. 그곳을 거쳐서 연희단패거리에 들어갔고, 지금은 ‘신기루만화경’이란 극단에 있다. <오구>나 <햄릿> <일식> 같은 작품을 했고, 최근에는 오달수 선배와 함께 <코끼리와 나>에 참여했다.

-이전에 출연한 <사과>나 <극장전> <강적>에서는 주로 평범한 사람을 연기했다. 정철진을 맡았을 때는 통쾌한 게 있지 않았나.
=악역을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통쾌하기보다는 불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매번 다른 모습을 만드는 게 나에게도 즐겁다. 그런데 왠지 앞으로는 악역이 많이 들어올 것 같아 걱정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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