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스폿 인터뷰] “‘티 백’과 너무 다른 역할이라 꼭 하고 싶었다”
2007-12-04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히트맨> <프리즌 브레이크>의 로버트 네퍼

<프리즌 브레이크>로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로버트 네퍼를 <히트맨> 뉴욕 정킷에서 만났다. 러시아 정보부 인사인 유리 마크로브 역을 맡은 그는 생각보다 키가 크고 유머가 넘쳤다. 도저히 <프리즌 브레이크>의 악랄한 ‘티 백’ 역을 맡은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는 20여년의 무명 시절 뒤 갑자기 얻은 유명세에 대한 이야기부터 <히트맨> 촬영에 얽힌 사연까지 이야기 보따리를 잔뜩 풀어놓았다.

-맡은 역을 설명해달라.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캐릭터 때문이다. 과거 KGB 요원으로 지금은 러시아 FSB 요원으로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캐릭터다. 그런데 알고 보면 더 복잡한 이유가 있고, 그래서 늘 포커 페이스를 하고 있어야 하는 캐릭터다. 과거 소련 대통령들과는 외모에서 큰 차이가 있는 푸틴을 모델로 했다. 그런데 악센트가 너무 힘들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티 백과 아주 다른 역할이라서 덥석 잡긴 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준비할 시간이 1주일 반밖에 없는 거다. 다행히 촬영 첫 2주간은 대사가 없었던 관계로 그동안 무척 노력했다. 노트에다 발음을 계속 기록하면서 말이지. 나중에는 러시안 악센트 코치와 술잔을 기울이며 공부도 하고. (웃음)

-마이클 위티어 역을 맡은 영국 배우 더그레이 스콧과의 연기 장면이 많았는데.
=이 영화 전에는 알지 못했는데 왠지 모르게 촬영 중에 친해졌다. 프랭크 시내트라와 딘 마틴이라고나 할까. 오래된 친구 같았다. 촬영하다가 서로 얼굴만 보면 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한번은 엑스트라가 수백명 나오는 심각한 장면인데 계속 아이들처럼 키득키득거렸다. 티 백 역이 한쪽 손을 못 쓰는데 이 영화에서는 양손을 다 쓸 수 있으니까, 그래서 무의식중에 계속 꼼지락거렸나보다. 그런데 더그레이가 “손을 왜 그리 움직이냐?”며 웃기 시작하니까 웃음을 그칠 수가 없더라. (웃음) 다행히 감독이 이해해줬다.

-<프리즌 브레이크>로 갑자기 스타가 됐는데, 어려운 점이 있나.
=원래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캐릭터를 공부하곤 하는데, 이젠 다른 사람들이 날 지켜보니 꼭 동물원에 갇혀 있는 것 같다. 마누라는 복에 겨운 투정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요즘은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면서 지켜본다. <히트맨> 촬영을 위해 불가리아로 갔을 땐 <프리즌 브레이크>가 방영되지 않는 나라라고 해서 3개월간 촬영하면서는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웬걸. 공항에서부터 알아보더라.

-다음 계획은 뭔가.
=지금 미국 작가들 파업 때문에 잘 모르겠다. <프리즌 브레이크> 이번 시즌은 13번째 에피소드까지 끝난 상태다. 내년에 계속 촬영할 지 아니면 다음 시즌으로 넘어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해외에서 너무 인기가 많은 덕에 종영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인기 스타가 된 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아버지와 함께 한 페스티벌에 시리즈 홍보 투어를 간 적이 있다. 거기서 <플레이보이>의 휴 헤프너를 만나게 됐는데, 아버지가 헤프너의 팬이다. 잡지 애독자셨거든. (웃음) 아버지가 “헤프너다! 혹시 만나볼 수 있을까?” 물어보셔서 쫓아가서 인사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아버지는 너무 좋아서 말씀도 잘 못하시더라고.

사진제공 GA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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