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부부였던 것 맞아? 설경구, 김태희의 <싸움> 공개
2007-12-04
글 : 문석

일시: 2007년 12월4일 화요일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어쩌자고 결혼을 했던 것일까. 곤충학 교수인 상민(설경구)과 유리 공예가 진아(김태희)의 결혼 생활은 모르긴 몰라도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 타고난 결벽증 환자인 그는 조금이라도 어지로운 꼴을 보지 못한다. 덜렁거리는 진아가 이것저것 어지롭히는 것을 참지 못했을 것은 당연한 일. 반면 진아는 무심하기 짝이 없는 남편 상민이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주지 않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여간 사건은 이들이 이혼한지 석달이나 지난 뒤에 시작된다. 어느날 상민은 유럽에서 사온 괘종시계에서 시계추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혼 당시 모든 물건을 정확하게 반반 가르던 와중 시계추를 진아에게 넘겼던 상민은 이를 되찾으려 한다. 하지만 일은 꼬이고 꼬여 단순한 말다툼은 격투로 발전하고 격투는 사생결단의 싸움으로 발전하게 된다.

말말말

“저도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같이 보게 되게… 그럼 같이 보시죠.”_ 설경구
“이 영화는 망가지고 싶어서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극중의 진아 다운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겠죠.”_김태희

100자평

<싸움>은 이혼한 커플이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는 점에서 한지승 감독의 드라마 <연애시대>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는 영화다. 하지만 커플이 각자 다른 남녀를 만나면서 생기는 질투와 오해, 그리고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그린 <연애시대>와 달리 <싸움>은 한때의 사랑이 어떻게 무지막지한 증오와 분노로 발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 중심으로 사고하고 아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남자와 이런 남자의 무심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계속 쌓아가는 여자라는 이 영화 속 커플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거의 모든 커플들이 최소한 한번은 상대에 대한 살의(殺意) 비스무레한 것을 느껴봤을 게다. 그리고 그 살의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 때문에 <싸움> 속 커플들의 ‘전투’에 가까운 싸움은 다소 비현실적일지언정 불가능한 일은 아닌 듯 보인다. 결국 사랑이란 달콤쌉쌀한 것이니까. 그러나 <싸움>이 그리 달콤쌉쌀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싸움의 이면에 자리한 당사자들의 감정 흐름을 붙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로를 정말 제거하려는 듯한 주인공들의 살벌한 표정과 매 순간 뒤섞여있는 유머러스한 코드는 그리 잘 조화되지 않을 뿐 아니라 두 사람의 증오 아래 잠자고 있는 사랑의 저류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보라색 가발을 쓰고 훌쩍거리는 진아의 내밀한 욕망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문석 <씨네21> 기자

이혼남녀의 ’야인시대’. "헤어질거면 차라리 죽자"는 격한 고백에서 바로 이혼으로 점프하는 <싸움>은 제목 그대로 그들의 주먹다짐을 묘사하는 영화다. <연애시대>의 팬들이라면 극장에서 진아를 피해 도망치려는 상민의 실루엣 뒤로 ’비상시 대피요령’이 보이는 등의 유머를 반가워 할 듯. 하지만 만화적인 색깔을 목적에 두고 과장시킨 에피소드들은 마냥 웃고 즐기기엔 어렵고, 그들이 싸움을 벌인후 혼자 남아 이혼한 남녀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장면은 낯설다. 누구나 충동적으로 느끼는 사랑싸움의 충동이라기보다는 그냥 철천지 웬수들의 난투극처럼 보인다.
강병진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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