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전문가 100자평] <칼라스 포에버>
2007-12-07

<칼라스 포에버>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은둔시기에 관한 가상극이다. 마리아 칼라스는 1974년 한국과 일본 공연을 끝으로 무대를 떠나고, 1975년 필생의 사랑 선박왕 오나시스가 사망하자 칩거에 들어가 1977년 파리의 아파트에서 외롭게 죽는다.
영화는 1977년 칩거중인 그녀에게 오랜 친구이자 공연기획자인 래리의 제안으로, 그녀가 주연을 맡고 그녀의 전성기적 목소리를 입힌 영화 <카르멘>을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녀는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잃었던 예술적 정열을 되찾고 <카르멘>은 훌륭하게 완성되지만, 그녀는 전성기의 자신의 목소리를 입힌 것이 진실한 것인지 회의한다.

오페라 애호가라면 영화가 전하는 그녀의 예술적 자존심에 공감하거나 총 7곡에 달하는 절창을 듣는 것 만으로도 쾌재를 부를 수 있겠지만, 서사를 중시하는 일반 관객이 보기에는 다소 밋밋한 플롯이 불만스러울 수 있다.
영화는 예술과 우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돈이나 음모, 쇼비지니스의 생리 등을 다룬 장르물에 더 익숙한 관객의 한사람으로 영화의 마지막, 문득 다른 상상이 떠올랐다. 가령 그녀는 래리에 의해 청부살해(텔아비브로 간 친구와 연관?) 된 것이고, 그전에 그녀의 음반 판권을 모두 사들인 그는 영화 <카르멘>을 개봉시켜 영화와 음반 모두에서 대박을 치고 오나시스 못지 않은 갑부가 되어 질투와 애증과 회한이 뒤범벅된 표정으로 (그는 양성애자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에필로그가 생략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숨겨진 스릴러?)
그녀의 예술적 자존심을 존중하기에 지분이 50%나 들어있는 대박 날 영화를 개봉하지 않았다는 지고지순한 결말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여겨져서, 이런 부질 없는 상상이라도 품어보는 것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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