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좇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아랍에미리트로. 할리우드영화 <연을 줍는 아이들>에 출연한 아프간 소년들이 영화의 개봉에 앞서 고국을 떠나 아랍에미리트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피신했다. 아프간계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을 줍는 아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라이벌 부족인 하자라, 파슈툰족 소년 사이의 우정과 배신, 갈등을 그린 영화. 하자라족 하산 역의 13살 아마드 칸 마흐미드자다, 하산의 절친한 친구이자 파슈툰족 아미르 역의 11살 제케리아 에브라히미 등 주요 배역에 11살에서 14살 사이의 실제 아프간 소년들을 캐스팅했다. 영화의 개봉이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리라는 의견이 제시된 것은 극중 파슈툰족 남자가 하산을 강간하는 장면이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남자가 벨트를 푸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묘사되긴 했으나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이다. 제작사인 파라마운트픽처스는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적 배경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채 이들을 캐스팅한 잘못을 인정하면서 소년들이 피신할 시간을 벌기 위해 개봉일을 원래보다 6주 정도 늦은 12월14일로 확정했다.
여기에 마흐미드자다의 아버지가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강간신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언급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제가 된 신의 경우 완성본에서 삭제하기로 약속받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른 부모들 역시 이 영화를 제목 그대로 연 날리기에 관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작품을 연출한 마크 포스터 감독은 지난 11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통해 당시 제작진과 소년의 보호자들간에 의견 차이가 없었고, 해당 신을 두번의 리허설 뒤에 촬영했다고 반박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우리는 매우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 한편 소년들의 거취를 결정하는 일을 직접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원작의 작가 호세이니는 “소년과 그들의 부모가 자신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그들이 무사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