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12월15일(토) 밤 11시
60년대 유명 인권 운동가의 손자인 잭 스탠튼(존 트래볼타)은 남부 주지사다. 그는 정치적 야심이 매우 크지만, 그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잭과 정치적 동지로 함께 살아온 아내 수잔(에마 톰슨), 보좌관 헨리(에이드리언 레스터), 그리고 젊은 시절부터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꿔온 리비(캐시 베이츠) 등이 의기투합한다. 경쟁자 해리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지자 그 자리를 새로운 후보인 피커가 차지하게 되는데, 이 새 후보는 대중의 동정표까지 얻어가며 승승장구한다. 설상가상으로 잭의 은밀한 사생활이 폭로된다. 이에 대응해 헨리와 리비는 피커의 치부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 치부를 망설임없이 이용하려는 잭과 수잔을 보며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낀다.
누가 봐도 빌 클린턴을 둘러싼 스캔들을 연상시키는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1996년 <뉴스위크> 기자가 쓴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130분이 훌쩍 넘는 상영시간 동안, 낮은 지지율에서 출발하여 결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한 정치인의 행보를 낱낱이 파고든다. 과연 그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가? 그 과정은 예상대로 깨끗하지 않다. 사회복지와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치며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그의 뒷모습은 섹스 스캔들과 거짓말로 얼룩져 있다. 결국 그 뒷모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감추고, 심지어 어떻게 그것을 반전의 기회로 삼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말하자면 영화가 보여주는 정치란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상 하나로 모인 이들의 건강한 싸움이 아니라, 자신의 치부를 화려한 수사로 은폐하고 타자의 구린 구석을 찾아내는 게임이다. 잭, 수잔과 한때 동지였던 리비가 “우리는 더러움을 들쑤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더러움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운동을 했던 거였어”라고 말할 때, 수잔은 이렇게 체념한다. “그때는 세상이 어떤지 몰랐잖아.” 리비는 자신이 평생을 걸었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자 더이상의 싸움을 그만두고 자책하며 죽음을 선택한다. 물론 절대적으로 도덕적인 인간과 세상이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은 맹목적이다. 그 믿음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냉소다. 그래서 차선의 윤리 같은 것에 호소하고 싶은데, 그러기에 올해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불행하고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