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오언 윌슨 등 웨스 앤더슨의 친구들과 말말말
2007-12-1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그는 내 친구고 나는 친구들과 일하는 게 즐겁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일한다.” 이건 거의 웨스 앤더슨의 관용구다. 주목해야 할 더 많은 친구들이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다즐링 주식회사>에 출연한 친구들만 살펴보자.



오언 윌슨

대학 때 마음이 맞은 뒤 웨스 앤더슨의 평생의 단짝. 지금까지 다섯편의 영화에 한번도 빼놓지 않고 모두 출연했다. 윌슨가의 나머지 두 형제 루크, 앤드루와 웨스 앤더슨을 연결해준 장본인.




“너도 알다시피 우리 가족은 삼형제잖아. 이 형제들이 서로 어떻게 해야 역동적일지 잡히는 것 같더라. 그건 정말 우스꽝스럽지만 슬프기도 한 그런 종류거든.”
(<다즐링 주식회사>의 시나리오를 보여주자 어떻게 연기하면 될지 알 것 같다며)



제이슨 슈워츠먼

<맥스 군 사랑에 빠지다>의 맥스 피셔로 자신의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언제나 웨스를 나의 멘토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의 또 다른 각본가 로만 코폴라와는 사촌지간.




“그에게는 콧수염이 있지 않나. 사회적 지위나 거대한 꿈 같은 건 없다는 뜻이다.”
(자기가 맡은 잭이 좋은 녀석이긴 한데 좀더 성숙해져야 한다면서)



에이드리언 브로디

이번 영화로 처음 웨스 앤더슨의 친구가 됐다.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등 진지한 연기파 배우로 각인되어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셋 중에서도 가장 덜떨어진 녀석으로 환골탈태했다.




왕팬이었다. 그의 영화에서 원래 나 자신의 캐릭터를 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웨스 앤더슨 영화에 자기가 얼마나 맞는 인물인지를 일갈하면서)



빌 머레이

웨스 앤더슨의 오래되고도 가장 늙은 친구(<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스티븐 지소와의 해저생활>). <다즐링 주식회사>가 시작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여 헐레벌떡 뛰다가 잠시 뒤에 사라졌다 한참 뒤에 잠깐 나타났다가 또 사라진다. 즉 카메오 출연.



“인도로 날아가 몇주 시간을 보내고 하루나 이틀 정도 일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서 쉬고 그러다 다시 인도에 가서 며칠 쉬며 놀다가 또 하루만 일한 뒤 적당히 쇼핑하고 관광하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또 쉬고 그리고 여기 베니스로 왔다. 여기서도 일주일 동안 먹고 마시면서 최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딱 한 시간만 일하면 된다.”
(베니스영화제에서 누군가 웨스 앤더슨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냐고 묻자 왜 아니겠느냐는 투로)



안젤리카 휴스턴

잘 알려진 대로 존 휴스턴의 딸. 이미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촬영장에서 “다음 영화는 인도로 가서 만들 텐데 출연해줄 거냐”는 요청을 받았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로얄 테넌바움>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출연. 주로 빌 머레이의 아내나 얼간이들의 어머니로 등장한다.


“그녀는 말하자면 액션 히어로 수녀다.”
(자신이 맡은 삼형제의 어머니에 관해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웨스 앤더슨 월드의 가장 깊은 곳

국내에서는 개봉없이 DVD로 직행한 웨스 앤더슨의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100일 동안 촬영하면서 온갖 고생을 다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손해를 입고 만 웨스 앤더슨식 블록버스터이자 흥행 실패작. <다즐링 주식회사>를 작고 아담한 사이즈로 만들게 된 데에는 이 영화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 해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영화감독이고 탐사선의 선장이며 해양학자인 스티브 지소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스티브 지소의 무뚝뚝하고 그러나 어딘가 발끈하지만 대체로 괴팍한 성격은 빌 머레이의 원래 성격에서 가져온 부분이 많다고 한다. 웨스 앤더슨의 또 한명의 절친한 친구인 노아 바움바흐와 같이 각본을 썼으며, 노아 바움바흐는 지금 웨스 앤더슨의 새 영화이자 애니메이션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의 공동 각본가로도 참여하고 있다. 촬영 도중 표범상어에게 절친한 친구를 잃고 영화까지 흥행에 부진하여 제작비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스티브 지소에게 어느 날 있는 줄도 몰랐던 아들 혹은 아들일지도 모르는 젊은이(오언 윌슨)가 찾아와 영화 제작비를 대준다. 한편 지소 일행을 취재하고 싶다는 미모의 여기자(케이트 블란쳇)가 찾아와 마음을 심란하게 하기도 한다. 많은 난관 속에서도 지소는 친구를 앗아간 표범상어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해저 탐사를 계속한다. 사연이 어찌됐든 웨스 앤더슨식 공동체 대화합 프로젝트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웨스 앤더슨 영화세계의 심연을 보여주는 수작.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못하고 DVD로 곧장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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