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미국의 국보찾기 그 두 번째 이야기
2007-12-18
글 : 박혜명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도쿄 시사기와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터틀타웁 감독 인터뷰
도쿄 시사회장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다이앤 크루거, 니콜라스 케이지, 저스틴 바사, 존 터틀타웁 감독(왼쪽부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그랬고, <다빈치 코드>가 그랬다. 황금보물을 얻든 역사의 정통성을 의심하는 ‘반역적 주장’이든 역사적 사실과 가설을 결합한 허구의 스토리는 그것이 일단 기술된 역사로부터 출발한다는 데서 신뢰를 얻고 주목을 끈다. <내셔널 트레져>(2004)는 속편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작비 1억달러를 들여서 전세계 3억4700만달러를 흥행수입으로 거두었으니 분명한 명분이 있다. 그리고 보물찾기 게임의 2탄 제작은 새 악당과 스테이지 디자인의 리뉴얼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은 출연진과 제작진뿐 아니라 제작의도나 스토리 구조에 있어 1편과 거의 흡사하다. 역사 속의 가설, 음모론, 보물찾기를 결합시킨 액션어드벤처로서 2편은 모험의 여정을 유럽으로 확대해 스케일을 키웠고, 링컨 대통령 암살 스토리와 일명 ‘비밀의 책’이라는 백악관 비밀문서를 소재로 끌어와 ‘역사 탐구’ 분야에서는 훨씬 더 미국적인 색깔 내기에 초점을 두었다.

당연히 이런 점에 유난히 예민할 필요는 없다. 할리우드 오락영화에 담긴 과한 애국심이 부담스러웠던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링컨 대통령은 그전까지 ‘연방국가’(The united states are)라고 불리던 이 나라를 ‘미국’(The United States is)으로 만든 인물”이라는 주인공의 진지한 대사를 장중한 음악과 같이 흘려버릴 수 있다. 지난 12월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 프리미어 기자회견장에서 제리 브룩하이머는 “1편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과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거의 같았다”고 말했다. 1편의 미국 흥행수입은 1억7300만달러. 정말로 전세계 흥행수입의 거의 절반이다.

문제는 주인공 벤 게이츠(니콜라스 케이지)가 ‘국보’(national treasure)와 역사를 들출 때 딸려나오는 애국심이 아니고 개편된 게임 자체의 재미다. 이 속편은 링컨 암살범의 일기장 몇 페이지가 찢어져 분실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상상을 펼친다. 그 없어진 종이에서 출발해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 책상으로 돌아오기까지, 퀴즈 단계가 전편보다 훨씬 많이 늘어난 반면 다소 지루해진 느낌이다. 시각적 볼거리는 흥미로운 것들이 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지하 황금도시 세트는 1편에서 뉴욕 트리니티 교회와 워싱턴 DC 국회도서관을 재현했던 제작진의 솜씨. 가장 인상적인 볼거리는 좁은 기둥 위에 위태롭게 얹힌 거대한 사각판이다. 거기 올라선 4명의 주인공이 판의 모서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서로 균형 잡느라 땀을 빼는 시퀀스는 2편에서 제일 난이도 높은, ‘몸으로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셔널 트레져: 비밀의 책>과 관련한 최고의 수수께끼는 다른 데 있었다. 도쿄를 방문한 감독 및 배우들과 각각 라운드테이블 인터뷰를 하던 날, 존 터틀타웁 감독과의 라운드테이블 인터뷰가 끝나가는데 감독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해왔다. “영화 불법 다운로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감독은 “아시아에선 한국의 불법 다운로드 규모가 제일 크다고 알고 있다”고 서두를 붙였다. 이번 영화의 프린트를 보낼 때도 한국에 대해서는 같은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한국 기자들은, 유쾌한 감독의 농담 섞인 말들에 맞춰 웃기도 했으나 질문에 명쾌한 답은 하지 못했다. 당혹스러울 만큼 직접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완전한 해답이 준비되지 않은 수수께끼였기 때문이다.

지식과 배움의 힘을 말하고 싶었다

감독 존 터틀타웁 인터뷰

-당신은 <내셔널 트레져>의 주인공 벤 게이츠가 “총을 쏘지 않는 영웅”이라고 말했다. 좀더 설명해달라.
=이 영화의 드러나지 않은 메시지는 ‘지식과 배움이 힘’이라는 것이다. 영화에 어떤 정치적, 사회적 주제를 넣을 것이냐의 고민 다음으로 중요한 건 내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다. 우린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만 한다. 영웅에게 총을 쥐어주면 옵션이 아주 많아진다. 총을 빼앗으면 그때부터 영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더 머리를 써야 하고 똑똑해져야 한다. 나는 그게 좀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대통령 역을 캐스팅할 때 현재의 배우(브루스 그린우드) 말고 다른 옵션이 있었나.
=다른 옵션이란 건 언제나 존재한다. 여기서도 그랬다. 큰 키로 할까, 작은 키로 할까, 남자로 할까, 여자로 할까.

-여자 대통령?
=누가 알겠나. 2년 안에 미국에서 정말 여자 대통령이 나올지(힐러리 클린튼을 뜻함).

-오.
=어쨌든 이번에는 전통적인 이미지의 대통령이 필요했고, 브루스 그린우드는 그런 이미지에 적합했다.

-헬렌 미렌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
=요청했다. (웃음) 일단 돈을 많이 준다고 했고, 새로운 캐릭터를 해볼 수 있을 거라고 했고, 제리(브룩하이머)와 닉(니콜라스 케이지)과 함께 일하게 될 거라고 했다. <더 퀸>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타고 난 1주일 뒤였다. 고민하고 결정하는 데 몇달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답변이 왔다. (통역이 끝나자) 나도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된다. 그전에 마지막 질문 하나 하자.
=오케이.

-니콜라스 케이지가 어떤 면에서 벤 게이츠 역에 적역이라고 생각했나.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출연할 것을 계속 요청한 건 내가 아니고 제리 브룩하이머였다. 나는 닉의 유머를 좋아하고 그의 연기력을 좋아하지만, 그가 벤 게이츠와 같은 전통적인 남성 에너지를 가진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할 줄은 몰랐다. 출연이 결정되고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까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1편을 찍은 지 2∼3주쯤 지나서야 그가 벤 게이츠와 어울린다는 걸 알았다.
(통역이 끝나고 나서) 영화 불법복제 얘기다. 당신들 모두 젊으니 그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내가 알기로 한국은 아시아에서 해적판이 가장 많이 도는 나라 중 하나다. 이번 영화 프린트를 미국에서 아직 심사가 다 끝나지 않은 버전으로 한국에 보내면서, 역시 그런 우려가 있었다. 다른 나라에 대해선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카피는 돌겠지? (기자들이 “아니”라고 하자 감독, “정말?” 하더니 “당신들이 (불법복제)하는 거 아냐?” 일동, 대폭소) 불법복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하는 일이 도둑질(stealing)이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픽사 애니메이션 앞에 단편만화가 붙듯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짧은 캠페인 영상을 붙이면 좋지 않을까. (다른기자) 한국의 저작권법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불법복제 영상들을 무단 업로드/다운로드하는 주요 사이트들에 대한 사이버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 몇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신들은 그렇게 구해서 본 적은 없나? 당신들 앞에 그런 불법복제 파일이 있다고 치자. 그걸 거절할 수 있는가? (기자들, 애매한 웃음)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오래된 영화들을 DVD나 비디오로 구하는 게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고, 우리는 짧은 기간 안에 영화들을 구해보고 글을 써야 한다. 그럴 땐 불가피하다.
=으음….

-완벽한 변명이 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웃음)


이 영화는 고고학에 관한 정통 탐정물이다

주연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인터뷰

-액션장면이 전편에 비해 많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는지.
=육체적으로 정말 어려웠던 건 딱 한 시퀀스였는데, 밸런스 플랫폼 위에서 연기할 때였다. 그 위에서 연기하기 위해 먼저 수학적으로 복잡한 것들을 알고 있어야 했다. 플랫폼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에 관해 몇주간 공부했다. 나의 움직임과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만 읽었을 땐 우리 모두, 감독을 포함해, 아무도 그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효과를 낼 것인지 짐작하지 못했다. 리허설을 하기 전까지도 몰랐다. 그 시퀀스는 통째로 재촬영했다. 우리끼리 서로 움직이며 연기했던 것이 수학적으로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 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갖는 부분은.
=나는 미국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무수했던 사건들을 생각할 때마다 놀란다. 기본적으로 나는 유서 깊은 장소에 가는 걸 좋아한다. 서울이나 런던, 파리처럼 오래된 역사, 과거들의 흔적과 분위기와 무게가 느껴지는 곳들. 미국에도 그런 장소들이 있다는 점에 늘 놀란다. 뉴올리언스나 로드아일랜드의 뉴포트나 그런 곳은 짧은 시간에 많은 역사를 쌓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벤 게이츠가 기존의 다른 액션어드벤처물 주인공들, 가령 <인디아나 존스>의 영웅 등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 영화를 찍으면서 <인디아나 존스>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벤 게이츠는 귀신이나 미신을 다루는 인물이 아니다. 벤 게이츠는 평범한 사람이고, 그가 가진 유일한 초능력은 역사책이다.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우리 영화는 어떤 면에서 셜록 홈스가 나오는 옛 추리물처럼 고고학에 관한 정통 탐정물이기도 하다.

-당신에게 제1의 보물은 무엇인가.
=나의 가족이다. 내 아들들. 그리고 내 아내.

사진제공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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