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만들 새 영화의 밑그림이 나왔다. 제목은 <비몽>(가제), “슬픈 꿈”이라는 뜻이다. 김기덕 감독은 현재 각본을 최종 수정 중이며, 완성되는 대로 2008년 1월4일경 촬영에 들어가 대략 1월25일까지 서울 안에서 촬영할 예정이다. <숨>과 마찬가지로 김기덕 필름과 여타 제작사와의 공동제작 형태로 완성할 계획이며, 이번에도 적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경제적인 영화 만들기를 보여주겠다는 다짐이다.
꿈속에서 교통사고를 내게 된 남자 ‘조’. 꿈을 깬 뒤 그가 꿈에 보았던 장소로 가보니 정말 뺑소니 사고가 있었다. 경찰은 ‘란’이라는 여자를 용의자로 추적하던 중 집에서 ‘자고 있던’ 그녀를 체포한다. 하지만 ‘란’은 자신이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몽유병이 있음은 인정한다. ‘란’이 범행을 거부하는 동안 ‘조’는 그 사고를 낸 것이 사실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두 주인공의 꿈속 경험과 실재는 점점 흥미롭게 얽혀간다. <비몽>의 일부 내용이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화제가 될 만한 것은 남자배우의 캐스팅이다. 한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의 젊은 배우 오다기리 조가 남자주인공으로 전격 발탁됐다. <숨>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장첸에 이어 외국 배우로는 두 번째다. <비몽>의 송명철 프로듀서는 “11월 말쯤인가, 12월 초쯤인가 만나 합의했다. 그전부터 오다기리 조도 감독님도 서로에게 관심이 있었다. 실은 내년 초에 오다기리 조는 중국영화의 촬영 일정이 계획돼 있었는데 그게 연기되면서 다행히 우리와 스케줄이 맞았다. 인기있고 역량있는 배우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나.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유레루> 등을 보며 김 감독님이 관심을 가져오신 것 같다”고 전했다. 여주인공도 현재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 중인 국내 주연급 여배우로 결정된 상태. 그러나 관계자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숨>에서 김기덕 감독은 외국인 배우인 장첸에게 대사없는 죄수 역을 맡겨 외국 배우와 한국 배우 사이의 언어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번 영화 <비몽>에서는 “주인공들이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한다고 가정”한 뒤 “오다기리 조가 일본말을 하면 그걸 자막으로 넣어 보여주고, 한국 배우들은 그냥 한국말로 대사를 하는 식”으로 흥미롭게 처리한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김기덕 감독의 15번째 영화 <비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