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 듯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가 돋보이는 영국 코미디이다. 영국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모처럼 모인 가족/친지간에 해프닝이 이어지고, 결국 가족간의 이해와 관계회복에 이르는데, 그 과정이 대단히 유머러스하고 보수적인 중산층 가정의 경계를 슬쩍슬쩍 넘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금기에 도전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세가지 코드는 환각제와 동성애와 장애이다. 이 민감한 코드를 다루는 이 영화의 정치적 색깔은 '중도우파'에 해당된다. 극히 보수적인 (극우)관객이 보기에는 이러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할 수 있다. 그러나 좌파관객이 보기에는, 영화가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불쾌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는 동성애를 기괴하고 음란한 것으로, '임신하는 이성애'는 포용과 축하와 찬양의 대상으로 그리고 있으며, 특히 중산층 가족의 안녕을 위해 동성애자이자 장애인인 인물이 쥐도새도 모르게 생매장이 될수도 있었던 상황을 웃어넘기도록 그리고 있다. 더욱이 시종 괴팍하게 자신의 움직임을 비장애인에게 의탁하던 장애인이 마지막엔 환각제에 의해 지붕에 올라간 장면까지 보여준다. 동성애는 불순! 하고, 장애는 임의적이며, 환각제는 극히 위험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러한 코드를 웃음의 장치로 발랄하게 활용한 영화라....'가족 행복시대'를 운운하는 '중도우파'만이 마음편히 웃을 수 있다.
황진미/영화평론가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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