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초자연 멜로드라마 <더 시크릿>
2007-12-26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빙의로 가족이 바뀌었어요. 신종 장르? 초자연 멜로드라마

어느 모로 봐도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다. 남편 벤자민(데이비드 듀코브니)과 아내 한나(릴리 테일러)는 사이가 더없이 좋고, 고등학생인 딸 사만다(올리비아 설비)는 그 시절의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이유없는 약간의 반항심을 드러내며 살고 있다. 갑자기 차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랬다. 한나와 사만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사만다의 영혼은 세상을 뜨고 딸의 몸속으로 한나의 영혼이 들어간다. 사고의 충격에 빠져 있던 벤자민은 불가사의한 빙의 현상에 당황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면서 살아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딸의 육체 안에 들어가 있는 아내, 그 아내와 같이 사는 남편에게는 이런저런 갈등과 헤프닝이 벌어진다.

<더 시크릿>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일본영화 <비밀>의 리메이크작이다. 뤽 베송이 제작을 맡았고 <크로우2> <여왕 마고> 등에 출연했던 배우이자 감독을 겸하고 있는 뱅상 페레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이 영화에서 일단 반가운 건, 우리에게 미국 텔레비전드라마 <엑스파일>의 주인공 멀더 역으로 친숙한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벤자민으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빙의’라는 불가사의한 현상에 어울릴 만한 서양 남자의 역할에 자연스럽게 그를 떠올렸을 만하다. 어쩌면 딸의 몸속으로 들어간 아내의 영혼이라는 소재는 원작영화에서처럼 소소한 코미디적 소재로도 반길 만 했을 것이다. 혹은 방향을 틀어 스릴러로 풀어내고 싶은 욕심도 생길 만하다. 그 중간 어디쯤일까. <더 시크릿>은 사랑에 관한 정통 드라마의 성격을 여전히 유지하되, 이미 벌어진 일을 담담하게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에 치중한다. 그러면서 헐리우드식 엔딩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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