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빼앗긴 동방의 빛을 찾으러 경성 최고의 사기꾼이 납신다
2007-12-25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글 : 강병진
정용기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촬영현장

“곤노빠가야로, 한번 더 묻겠다. 내가 누군지 아나!” 지난 12월26일, <원스 어폰 어 타임>의 41회차 촬영현장. 자신에게 칼을 들이민 일본군 야마다(김수현)에게 봉구(박용우)가 소리친다. 사실 야마다 입장에서는 그가 누군지 알 필요가 없는데다, 봉구 또한 자신을 누구라고 속여야 할지 계획이 서지 않은 상태다. 적막한 긴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건 성동일이 연기하는 미네르-빠의 사장. “저기 이러시지 말고 칼은 좀 빼놓는 게….” 봉구가 사장의 배를 때리고 칼을 피하면 이어서 야마다와 봉구의 접전이 벌어진다. 김수현과 박용우의 액션연기를 보던 성동일과 미네르바의 요리사 역을 맡은 조희봉이 부러운 눈으로 내뱉는 한마디. “저걸 참… 우리는 운동신경이 없어서 저런 건 못해. (웃음)”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를 연출한 정용기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경성 최고의 사기꾼 봉구와 희대의 도둑인 춘자가 일본에 빼앗긴 동방의 빛을 둘러싸고 벌이는 코믹액션극이다. 1억원을 들여 옛 수도여고의 2층 강당에 세운 미네르-빠는 봉구와 낮에는 재즈가수로 변신하는 춘자가 만나는 공간. 이날은 동방의 빛을 훔칠 수 있었던 봉구가 춘자의 방해로 실패한 뒤, 춘자의 행방을 찾기 위해 미네르-빠를 찾아오는 장면을 촬영했다. 코미디영화인 만큼 웃음이 끊이지 않는 현장이지만, 성동일 덕에 웃음의 강도는 더해진다. 대역이 하는 액션연기를 지켜보던 박용우에게 “받은 액수도 있는데, 직접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여기가 자연산 횟집이냐, 날것을 좋아하게…”라며 농을 던지던 그는 카메라가 돌지 않는 틈을 타 문 워크부터 날개춤까지 갖가지 레퍼토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와 달리 막상 작품은 “강한 드라마에 위트가 녹아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게 정용기 감독의 변.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코미디가 드라마에 방해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고 있다. 배우들도 코믹연기에 다들 욕심이 많지만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박용우로서는 이 영화가 <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등 우울 3부작을 겪은 뒤 맞이한 코미디영화란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재미 하나는 확실한 영화다.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 밝아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지난 12월18일, 총 45회차 촬영을 마무리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내년 설날, 웃음의 진가를 드러낼 예정이다.

미네르-빠의 사장 역 맡은 성동일

“재미도 주고 아픔도 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선택한 이유는.
=출연료가 마음에 들었다. (웃음) 사실 영화계가 어렵다기에 깎아주었지. 내가 워낙 박리다매로 가는 주의라. (웃음) 영화가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인데도 피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좋았다. 재미도 주면서 아픔도 느끼게 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사장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달라. 시나리오에도 이름이 없더라.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가장 하층민이다. 누가 일을 시키는지도 모르고, 시켜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실패하면 그냥 또 다른 지령을 기다리는 요원이고. (웃음) 멋있게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 영화에는 재밌게 가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요즘 드라마 <뉴하트>에서는 엘리트 의사를 연기하고 있다.
=남들은 내가 병원드라마를 한다니까 경비나 주차관리요원을 연기하는 줄 알더라. 실제 아는 의사들이 많은데, 그들처럼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연기력은 달려도 모양새는 갖추는 것 같더라.

-현장분위기를 즐겁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더라.
=다들 지쳐 있으니까, 내가 헛소리라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수밖에 없지 않나. 아마도 연기력보다는 그런 것 때문에 나를 캐스팅한 게 아닐까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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