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스팟 인터뷰] <가면>의 백동현 촬영감독
2007-12-31
글 : 강병진
“인물들의 불안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영화 <가면>의 영상은 시종일관 울렁거린다. 증폭된 색감과 빠른 편집으로 인한 심리적 반응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사실 실제 영상이 그렇게 찍힌 것이다. 연출을 맡은 양윤호 감독과 백동현 촬영감독은 기존의 스릴러와는 다른 분위기를 고민한 끝에 핸드크랭크 카메라를 사용했다. 초당 프레임 수를 직접 손으로 조절하는 이 카메라는 백동현 촬영감독이 오래전부터 언제 써볼지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 양윤호 감독과는 다음 영화도 함께하기로 약속한 그는 “이제는 또 어떤 걸 시도해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말했다.

-양윤호 감독과는 전체적인 촬영 컨셉을 어떻게 논의했나.
=특징적인 효과를 내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정석으로 찍으면 밋밋한 스릴러가 될 것 같았다.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녹록지 않은 고민들을 하고 불안해하는데, 그런 모습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려 했다.

-핸드크랭크 카메라는 듣기에 생소하다. 장비를 공수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손으로 프레임 수를 조절하는 카메라다. 토니 스콧 감독이 <맨 온 파이어>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나는 누아르 장르의 영화를 하게 되면 써볼까 했는데, 감독님도 흔쾌히 허락하시더라. 그래서 카메라 렌털업체에 여러 부품들을 이용해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요즘은 CF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카메라라 그쪽에서도 반갑게 생각하더라.

-촬영현장도 녹록지 않았겠다.
=본격적인 촬영 전에 1만자 정도의 필름으로 테스트를 해봤다. 요즘은 CG나 DI에서 만지는 효과들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 현장에서는 항상 일반 카메라와 함께 가동했다. 실제 촬영을 하면서 이 카메라의 특징들을 더 많이 발견한 것 같다. 빛을 받아들였다가 닫는 것도 시시각각 변하고, 인물의 동작도 중간에서 점프를 하곤 한다. 촬영하면서 편집을 걱정하기는 했는데, 다행히 카메라의 효과를 편집이 잘 받아준 것 같더라.

-찍어놓고 보니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던가.
=내가 찍어놓고 이야기하려니 민망하다. 극중 경윤이 수진 때문에 고민에 빠져 횡단보도를 걸어가는 장면이나, 택시 안에서 상념에 빠진 장면이 좋더라. 그리고 낮에 홀로 끊긴 다리를 찾는 장면도. 양윤호 감독과 함께 이야기했던 건 혜서와 경윤이 갤러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배경이 울렁거리다보니까 꼭 옛날 무성영화 같은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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