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의 영화계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자국 영화인들의 뜨거운 시위를 촉발시켰던 타이의 새로운 영화법이 2007년 12월21일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1930년에 제정된 기존의 영화법을 대체하게 될 ‘영화 및 비디오에 관한 법안’은 타이 최초의 영화 등급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즉, 교육적인 목적을 가진 영화는 P, 전체 관람가 영화는 G, 그리고 13세, 15세, 20세 이하 관람 불가로 상영 등급이 나뉘게 되는 것. 문제는 이러한 등급제가 타이 정부의 영화 검열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등급 심의 과정에서 “사회의 질서와 도덕성을 어지럽히거나 국가의 안보와 자존심에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되는” 작품들은 상영이 금지된다는 것. 더불어 영화 심의 과정에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경찰청장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펜엑 라타나루앙, 위시트 사사나티앙 등 간판급 감독들을 포함한 타이의 영화인들과 예술가들은 법안이 상정될 때부터 ‘프리 타이 시네마 무브먼트’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지속적인 반대 캠페인을 펼쳐왔다. 이들은 “새로운 법안은 영화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무엇이 질서를 어지럽히고 안보에 영향을 끼치는지 구체적인 정의를 명시하지 않는 이상, 이 법안은 정부가 창작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기간에 걸친 국회 앞 시위가 결국 무산으로 돌아가자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우리가 몇달 동안이나 외쳐온 것에 입법자들이 전혀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새로운 등급제가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