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야기라 유야] 구원의 천사가 된 소년
2008-01-03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붕대클럽>의 야기라 유야

소년을 처음 본 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에서였다. 세상의 희망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눈을 갖고 있었다. 그런 눈의 그가 부모가 떠난 집안을 지키는 가장이 되어 동생들을 데리고 힘겹게 연명하는 걸 본 관객은 많이 슬퍼했고, 칸영화제는 최연소 남우주연상이라는 큰 상을 쥐어주며 격려를 보냈다. 많은 이들이 미래의 재목감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 녀석이 많이 컸다. 원래 어른스러웠으니 그건 말할 것도 없고, 명랑하고 씩씩해졌다.

<아무도 모른다>의 성공 이후에 <별이 된 소년>에서는 코끼리와 우정을 나누는 어린 조련사로, <슈가 앤 스파이스-풍미절가>에서는 사와지리 에리카와의 풋사랑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야기라 유야가 이번 영화 <붕대클럽>에서 맡은 ‘디노’라는 역할은 좀 코믹하고 엉뚱하다. <아무도 모른다>의 소년을 연상하면 뜻밖인데 정작 야기라 유야는 “사실 디노는 내 성격과 많이 닮았고 다른 게 있다면 이름 정도인 것 같다”고 말한다. 어려운 건 딱 하나, 눈물 흘리는 장면 정도였다고. 하지만 그것도 “손가락으로 눈을 찔러” 해냈다고 한다.

영화 속 학교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붕대클럽>의 디노는 주머니에 쓰레기를 넣고 다니고, 계단에서 구르는 자해공갈로 학교를 빠지는 등 한마디로 괴상한 소년이다. 튼튼한 척하지만 어딘가 아픈 것도 같다. 하지만 이 소년이 절망에 빠진 한 소녀를 구한다. 자살하려던 소녀를 가볍게 구해낸 뒤 둘은 각자 친구들까지 끌어 모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그곳에 붕대를 매어주자며 ‘붕대클럽’을 결성한다. 그렇게 하면 나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뭐랄까 붕대클럽이 뭐냐고 묻는다면 붕대로 모든 걸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치료사들의 봉사단체라고나 할까. 괴짜 봉사단체를 이끄는 괴짜 천사 디노 역을 통해 야기라 유야는 슬픈 사연을 지녔어도 쾌활함을 잃지 않는 자의 삶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누구라도 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산다는 걸 알게 됐다. 나도 겉으로는 안 그런 것 같지만 마음의 상처가 있는 편이다. 촬영을 하면서 ‘붕대클럽’이 실제로 세상에 있다면 진짜 신나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소년은 느낀점을 말한다. 언젠가 나이를 더 먹어 악독하고 비정한 어른의 삶을 영화 속에서 살아내야 하는 날도 오겠지만, 아직까지 이 소년은 낭만의 세계에 사는 천진난만한 구원의 천사로 남아있다.

사진 프리비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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