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봉달희를 추월하는 여자
2008-01-10
글 : 조재원 (<스포츠월드 연예문화부> 기자)
자아실현을 향한 여성의 강박을 현실감있게 드러내는 MBC <뉴하트>
<뉴하트>

MBC 수목드라마 <뉴하트>에는 ‘봉달희’와는 다른 백의의 흉부외과 여의사가 한명 살고 있다. 지난해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봉달희(이요원)는 지방대 출신으로 ‘정원 미달’의 행운을 안고 서울 종합병원에 입성한 뒤 실수투성이 병아리 시절을 관통해 천재 선배의사와 사랑을 엮고, 멋진 의사로도 ‘판타스틱하게’ 성장한 바 있다. 하나 <뉴하트>의 흉부외과 레지던트 남혜석(김민정)은 봉달희 같은 사례에 ‘드라마 찍고 있네’라며 미간을 자글자글 조일 타입이다.

그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이 있어도 발탁 1순위에 들 능력자다. 수능 만점을 받아 의대에 일등으로 들어갔다 일등으로 나간 그의 별명은 ‘수석’. 그런데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웰빙 시대에 역행하는 흉부외과를 선택한 이 수석이 매번 장애물을 만나 ‘오뚝이’질을 거듭한다. 최고의 수술 실력에 바람직한 가치관마저 겸비한 이상형의 흉부외과 과장 ‘최강국’(조재현)에게 ‘인성에 문제있음’을 진단받아 ‘딴 과나 알아보라’는 굴욕을 당하는가 하면, ‘남자 봉달희’의 이력에 ‘꼴통’ 소리를 듣는 이은성(지성)의 따뜻한 열정 앞에서도 자신의 빈틈을 아프게 자각한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남혜석 역시 종국엔 바람직한 감성과 이성의 의사로 거듭나 ‘봉달희’와 동일한 성장과 성취를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의 고군분투는 남자 중심의 세상에서 자아실현을 외치는 여성의 몸부림과 강박을 좀더 현실감있게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가 반영하는 여성의 사회적인 현실은 일단 남자와 동등한 능력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월등하거나 제일이어야 한다. 게다가 이것은 진입과정의 전제 조건일 뿐. 사회에서 마라톤 경주를 잘 이어가려면 똑똑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은성 같은 저돌성과 뻔뻔한 맷집은 여성에게 미덕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반성, 관용, 이해 등으로 끝없이 자신을 다그쳐야 하고, 두루두루 ‘게다가 성격까지 괜찮아’라는 칭찬을 사도록 변화해야 한다.

따뜻한 인성 결여의 측면에서 남혜석의 거울 같은 존재인 선배의사 김태준(장현성)이 독기와 권력으로 자신을 향한 비판을 돌파하려 하는 반면, 남혜석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알았을 때 ‘엉엉’ 하는 통곡 소리까지 들려주며 자괴감을 토한다. 물론 그의 변화를 추동하는 인물은 ‘환자제일주의’의 소신과 넉살 과잉의 이은성이라는 남성다.

드라마는 능력에 노력까지 더하느라 웃을 겨를이 없어 보이는 남혜석의 까칠한 악바리 정신에 불륜으로 자신을 잉태한 어머니에 대한 신파의 애증도 전제로 깔고 있다. 또 죽마고우 출신 인기스타 ‘이동권’(이지훈)이라는 인물을 투입해 키스 한방에 정신 못 차리는 숙맥 남혜석의 일면도 펼쳐냈다. 노처녀 담론이 선호하는, 성공과 사랑의 반비례설을 대입한 남혜석의 순진한 순결성은 능력있고 매력있는 여성에 따라붙는 피곤한 조건들을 엿보이게 한다.

<뉴하트>는 병원 내 권력암투, 성장담, 팀워크, 멜로 등 기존 국내외 메디컬드라마들의 장점과 설정을 고루 취한 듯하고, 그래서 과식의 인상도 주지만, 번지르르한 매력을 제거한 등신대의 의사 군상에 밀착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 의사들 중에서도 특히 홍일점 남혜석은 여성이라는 소수의 치열함과 콤플렉스로 갑갑하면서도 가여운 공감을 유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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