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두 남자, 격돌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촬영현장
2008-01-15
글 : 박혜명
곽경택·안권태 공동감독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촬영현장

“한 선배님, 한 선배님. (자동차) 시트를 좀 올려볼까요?” 곽경택 감독이 좁은 간격으로 나란히 세워진 두대의 차를 향해 다가가 말한다. 둘 중 밝은 색 차에 올라타 있는 백성찬 역 한석규가 운전석 등받이 높이를 조정해보고 말한다. “이게 최대인 것 같은데요.” “그럼 모포를 좀 대볼까요?” 잠시 뒤, “안현민이. 안현민이는 팔을 거기서 그런 식으로 들지 말고 그냥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드세요. 이렇게.” 이번에 곽 감독은 검은색 차에 올라타 있는 안현민 역 차승원에게 말한다.

범인검거율 100%에 빛나는 경찰 백성찬과 완전범죄율 100%에 빛나는 지능범 안현민의 대결을 그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감독 안권태·곽경택) 촬영이 막바지에 달했다. 대립하는 두 인물은 극중 단 두번 대면한다. 지난 1월3일 서울 대치동 학여울역 지하주차장에서 촬영한 이 장면이 그중 하나다. 결정적 단서가 들어 있는 이동식 디스크를 차승원이 한석규에게 건넬 때, 곽 감독은 그 제스처를 가볍게 처리하도록 지시한다. “두 사람이 같이 나오는 장면이라고 해서 괜히 겉멋 부리고 힘주고, 그러지 않아서 좋아요.”(차승원) “내가 너무 무거워지고 심각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온 걸 (모니터로) 확인해보니까 그렇진 않았던 것 같네요. 그리고 승원이도 생각보다 릴랙스를 많이 하는 배우예요. 텐션보다 릴랙스가 많은 배우죠.”(한석규)

지난해 11월 말, 막바지 중요한 액션신 등을 앞두고 곽경택이 급히 합류하면서 안권태(<우리형>)와 함께 공동감독 체제에 들어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곽 감독의 촬영분량 20회차 정도를 합쳐 최종 85회차 정도로 프로덕션을 마무리지을 예정. 1월10일 있을 마지막 촬영은 원래 울산의 한 폐공장에서 찍을 예정이었으나 “프로덕션 일정이 지연된 사이 공장이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김재중 PD는 설명한다. 오광록, 권오중, 김정태 등 주요 조연들이 새로운 스케줄 문제로 도중 하차한 것도 달라진 부분. 정인기(<타짜>), 손병욱(<바르게 살자>) 등이 새로 합류하면서 재촬영이 있었다. 편집작업은 안권태와 곽경택 두 감독이 각자의 촬영분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할 듯 보인다. “아까 전화해보니까 안 감독님 지금 편집실에 계신다고 그러더라고요.”(김 PD) 영화사업에 진출한 통신사 SK텔레콤의 두 번째 한국영화 배급작이 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오는 3월 초 개봉예정이다.

김재중 PD

“연출을 목표로 영화 시작했는데, 자꾸 PD 일이 들어와요”

“<도화지>도 좀 홍보해 주세요.”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말을 걸자 김재중 PD가 불쑥 말한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독립장편 <도화지>는 그의 프로듀서 입봉작. 중앙대 영화과 대학원 후배의 연출작이다. 이 영화의 제작을 위해 그는 자기 이름으로 제작사도 차렸다. 김재중 PD는 2002년 처음 영화를 시작했다. <역전의 명수>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경의선> 등에서 조감독을 해온 그는 연출쪽에도 관심이 많다. 실은 연출을 목표로 영화를 시작했다. 경영학과 졸업 뒤 영화쪽에 눈을 돌린 이유는 “비전이 있어 보여서”. “경영학과를 나와서 그런가. 나는 연출 분야에 있고 싶은데 자꾸 PD일이 들어와요. (웃음)” 틈틈이 이야기를 쓰며 창작의 어려움을 느끼지만 아직 꿈을 포기한 건 아니라고 덧붙인다. “제작 분야와 연출 분야가 알고 보면 은근히 교집합이 많은 분야예요. 그래서 당분간은 둘 다 계속 경험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영화쪽이 여전히 제도화, 체계화에 있어 부족한 게 많아요. 특히 이 제작 분야는 더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건설업과 지금 영화산업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사진기자의 차 안에서 점심 도시락을 같이 까먹으며 얘기하던 중 그가 되묻는다. “그러니까 아직 비전이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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