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는 클라우디아 슈라이버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원작자와 <글루미 선데이>의 각본가 루스 도마가 시나리오를 함께 쓴 작품이다. 과연 시나리오가 빛을 발한다. 어쩌면 심심할 수도 있고,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운명적 사랑이야기'가 관객을 몰입시키고 설득시키는 힘은 정교한 플롯에 있다. 거기에 세심하게 담아낸 전원풍경과 아름다운 음악이 관객의 뇌파를 알파파로 만들며 영화의 이해를 돕는다. 인물들의 묘사는 대단히 질박한데, 그들은 천사도 악한도 아니며, 욕망에 솔직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그럼직한 인물들'이다. 영화가 사랑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행복'이란, 바로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다. 행복한 삶의 한자락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과연 엠마와 그녀의 돼지와 남자는 더없이 행복했을 것 같다.
황진미/영화평론가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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