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네요. 음… 너무 좋고요. 20년 전쯤에 처음 봤는데요, 그때는 그냥 봤고요, 항상 기억에 나는 영화 중 하나였고, 오늘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해서 이유를 굳이 찾아보려고 하면서 봤는데 특별한 건 없는 것 같고, 음… 감독이 장면 선택하는 동기에서 나오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메모를 좀 했는데 잠깐… 어….”
1월10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첫 번째 감독 친구로 참석한 홍상수 감독의 첫 번째 멘트다. 홍 감독은 이날 장 비고의 프랑스 고전영화 <라탈랑트>를 추천하고 관객과 함께 본 뒤 시네토크를 가졌다. <라탈랑트>라는 영화가 궁금해서 온 관객도 있었겠지만 꽉 찬 객석의 진짜 이유는 “홍상수 감독이 이 영화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해서 왔다”는 것. 시네토크 시간에는 열띤 질문과 느린 답변이 오고 갔다. 떨리는 목소리로 “<오! 수정> 쫑파티 때 이은주씨가 차마 다 못한 그 말을 알려달라”는 다소 엉뚱파(?)와 “나는 이 영화가 감동적이지 않은데 나를 한번 설득해보라”는 공격파, “답변을 짧게 하니 세 가지를 같이 묻겠다”는 열정파까지 이날의 특기할 만한 질문자들은 각양각색이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눈물 한 방울이 또로록 흘렀다”는 홍 감독은 “이분(장 비고)은 배우에 대한 사랑이건, 앵글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건, 장면을 정말 사랑해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있다. 장면마다 꽉 차 있는 것 같다. 애정이 있고 사랑이 넘친다. 그런 것들로 모인 영화 같다. 센슈얼한 것이 얼마나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다운지, 그걸 보호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애써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과연 그답게 상투적이지도 않고 분석적이지도 않지만 독특한 감상의 변으로 답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지금 이렇게 순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