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부감숏의 초월성은 아마도 천사의 시선에서나 나오는 것이다. 있을 것 같지 않은 미모의 후카타 교코가 천사로 나와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영화 <천사>는 소녀만화로 유명한 사쿠라자와 에리카의 <천사가 사는 곳>을 원작으로 했다. 유난히 칵테일 라임진을 좋아하는 이 미모의 천사는 호기심 많고 온정적이어서 고독하고 소심한 사람들의 사소한 사정들을 지나치지 못한다. 적극적이지 못한 편의점 직원 가토(우치다 아사히)는 어느 날 클럽에서 라임진을 빼앗아 마시는 하얀 옷의 낯선 여자를 만난다. 그녀는 가토를 쫓아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요시카와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지만 그녀는 아이를 다룰 줄 몰라 그와의 결혼에 회의적이다. 요시카와의 딸 치이에게는 천사가 보이는데, 천사는 외로운 아이의 친구가 되어 아름다운 환상을 선물한다. 여고생 미즈호는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학교 밖을 전전하다 죽을 각오를 한 순간 천사에게 구원받고 위로를 얻는다.
날아다니는 천사의 설정에 맞게 몇몇 장면은 CG를 사용한 게임 동영상과도 같은 인상을 주나, 도쿄의 일상을 잡아내는 감독의 시선은 상당히 아날로그적이다. 초반은 비현실적이고 다소 지루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사람들의 사연과 관계에 탄력이 생기면서 이상하게도 천사의 존재감은 희미해진다. 이들의 일상에 엄청난 기적이 아닌 사소한 이해와 위로를 줌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긍정적인 한 걸음을 내딛게 하는 이 천사는 아마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마음의 저 밑바닥에 놓인 ‘희망’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