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김사랑] 공주병? 그런 편견을 버려!
2008-01-31
글 : 박혜명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라듸오 데이즈>의 김사랑

엄청난 오해였던 것이다. 미스코리아 출신 8년차 배우 김사랑이 가벼운 코미디영화에만 출연하는 공주병 걸린 새침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 검정 외투에 연두색 트레이닝바지 차림, 터프한 동작으로 온풍기를 끄고 두 무릎 간격을 적당히 벌려 소파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김사랑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긴 하더라고요”라는 대답조차 무심한 어조로 던져놓는 편안한 사람이다. 대중에 인식된 편견을 이기려면 “그냥 다양한 캐릭터를 하는 수밖에” 없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더라고요. 내가 직접 보여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 같아요.” 오락 프로그램 출연이라도 자주 해서 오해를 풀어주지 그랬냐고 되묻자 답한다. “제가 말주변이 없는 성격이라서요. 쇼 프로 같은 데 나가면 몸이 완전히 굳어요. 녹화 끝나면 마사지받으러 가야 할 정도로요.”

대중에 심겨진 편견 때문에 고민이 가장 많았던 시기, 그는 드라마 <이 죽일놈의 사랑>을 만났다. 화재 속에서 복구(정지훈)를 구하다가 얼굴에 화상을 입은 억척스러운 고아소녀 한다정의 캐릭터는 그에게 여러모로 전환점이 됐다. “감독님이랑 작가분한테 화상 자국도 여기까지 (눈 바로 아래 짚으며) 키우자고 얘기했는데, 그러면 혐오감이 너무 커져서 시청자가 안 본다 그러더라고요. (웃음)” 지난 여름 출연작, 세명의 남고생이 여교생을 두고 벌이는 코미디 <누가 그녀와 잤을까?>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물으니 그는 “청소년 관람불가를 15세 관람가로 낮추면서 남학생들의 상상 수위가 조절된 게 제일 아쉽다”고.

그럼 그의 2008년 신작 <라듸오 데이즈>는 어떤가? 1930년대 경성. 이른바 ‘신여성’으로 분류되는 재즈가수 ‘마리’는 “자기밖에 모르고 남에 대한 배려는 없는, 하여간 나랑은 많이 다른 캐릭터”. 그러나 그런 ‘마리’는 김사랑에 대해 그간 불편하게 느꼈을 수 있는 ‘공주병 걸린 눈치없는 새침데기’의 이미지를 대놓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그 속에서 인간적 호감과 매력을 듬뿍 뽑아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간 본인에게 호감이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두 호감 모드로 돌려놓을 거라고 아무리 말해줘도 “아… 그래요?”라며 눈웃음짓는 대응 이상을 하지 않던 그가 마침내 말한다. “워낙 거침없는 여자라서, 연기하면서 속이 후련하긴 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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