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31일 목요일
장소 스폰지하우스(중앙)
이 영화
은영(차수연)은 아름다운 몸을 지녔다. 연예인이 아니냐며 괜히 말을 걸어오는 일도 다반사다. 아니라고 말해줘도 너무 아름다우니 사진을 찍고 싶다고 그들은 다시 청한다. 미용실 원장은 원하기만 하면 정말 연예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고 절친한 친구의 애인은 친구 몰래 은영에게 꼴사나운 구애를 한다. 그녀의 집 앞에는 연애를 호소하는 꽃다발이 떨어질 날이 없다. 성민이라는 스토커도 거기에 꽃을 놓는데, 결국 그가 일을 벌인다. 은영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를 강간한다. 그리고는 경찰에 자수한다. 사건을 접한 형사와 순경 은철(이천희)이 은영을 찾아온다. 은철은 상처받은 은영이 가여워 처음에는 보호하려 하지만 점점 성민처럼 그도 은영을 도착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때쯤 은영은 사건의 후유증으로 자기의 타고난 아름다움을 저주하게 되고 폭식증과 거식증을 오가며 고의적으로 몸을 망치려고 한다.
말말말
크게 훌륭하다거나 대작이라기보다, 젊은 사람들이 만든 젊은 영화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전재홍
100자평
이 영화는 김기덕의 자장 안에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의 시놉시스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김기덕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전적으로 기대고 만든 첫 번째 장편 습작이기 때문이다. 능숙한 습작이다. 하지만 이 말이 전재홍에게는 동의 반 우려 반으로 들려야 할 것이다. 김기덕의 세계를 이해한 흔적이 짙지만 전재홍의 열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보여 주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재홍은 김기덕이 아니다. 그러니 전재홍의 영화가 보고 싶다. 이를테면 김기덕의 영화에 거의 가깝게 있어도 <아름답다>는 어딘가 좀 딱딱한 느낌이 남는다.
정한석 <씨네21>기자김기덕 감독의 영향력 하에 만들어진 신인감독의 영화 <아름답다>는 전형적인 김기덕 영화의 방식대로 전개된다. 어떤 초기 설정을 끝까지 몰고갔을 때 벌어지는 파국을 일종의 상상실험 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통상 형식논리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윤리의 애매한 지점을 파고들어 큰 구멍을 내버리는 문제의식과 결말 또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과 궤를 같이 한다. 성폭행을 사랑이라고 우기는 남성중심의 사고를 대자화해 보여주면서, 한편으로 사랑에서 출발하여 점차 도착적으로 변해가는 청년의 모습을 담는다. 청년은 어느 순간 자신의 욕망이 강간범의 그것과 차이가 없음을 깨닫고, 그녀에 손으로 자신을 처벌케 하며 그 결과 무구한 시선의 남자들 역시 그녀에 의해 처벌당한다. 영화는 (<뷰티풀 선데이>가 했던 것처럼) 성폭행을 사랑이라고 남성적 입장에서 교묘히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순수한 청년의) 사랑 역시 (스토커의) 성폭행(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남성적 시선들)과 본질적으로 구분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성폭행과 사랑이 구분되는 지점은 행위자가 비정상적이냐 정상적이냐 혹은 의도가 불순하냐 순수하? ?또는 방식이 폭력적인가 부드러운가 등이 아니라 '수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이다. 즉 행위(자)의 수용자와의 상호 관계가 관건이다. 영화는 그 점을 분명히 하며, 남성중심적 이성애 관계 자체에 내재한 폭력성과 도착성을 보여주고, 그것을 영화 내적으로 심판한다. 한마디로 <아름답다>는 성폭행과 사랑에 관한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찰적인 작품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