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월 5일 오후 4시30분
장소 : 서울극장
말X3
"민국이를 바보라고 규정 짓고 싶지 않았다. 그저 초등학교 2학년 정도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생각했다. 발달장애를 앓는 이 두 아이는 불편할 뿐이지 결코 불행하지는 않다" - 공형진
"최정원이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을 하면서 잘만 하면 기자간담회 때에 폭탄선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웃음) 그런데 최정원이 한 번도 쳐다봐 주지를 않아 포기했다. " - 최성국
"이전의 강한 캐릭터와는 또다른 씩씩한 모습과 내면의 아픔이 이 여자를 통해 느껴졌고 그 아픔을 내가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최정원
이 영화
<패밀리><미스터 소크라테스>를 연출한 최진원 감독의 신작. 대한이(최성국)와 민국씨(공형진)는 정신적인 성장이 멈춘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나 대한과 민국이란 이름을 나누고 평생의 우정을 다짐한 그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 세차일을 하며 살아간다.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자족하는 이들에게는 입신양명의 꿈 따위는 애초부터 없다. 대한이는 같이 고아원에서 자란 지은이(최정원)와 결혼하는 게 꿈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인생의 목표로 받아들이는 민국씨는 택시기사, 비행기 조종사에 이어 권투선수가 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일생일대의 꿈이 생긴다. 지은이가 군인 손님의 기를 세워주려 “군인이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한 말을 대한이가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것. 학력 미달로 군입대를 면제받았던 이들은 생애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2월 14일 개봉
100자평
<미스터 소크라테스>를 만들었던 최진원 감독의 새영화이다. 영화는 코미디가 가미된 휴먼 드라마로 '쎄지 않은'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발달 장애를 가진 두 주인공들이 현실 사회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며 남과 더불어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은 (<허브> 등 기존의 발달장애를 다룬 영화들이 그들을 꿈속에 사는 존재인 양 그린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그들을 어린아이처럼 그리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불만스럽다). 하지만 영화의 만듦새가 아주 좋지는 않다. 전반부의 전개가 몹시 느리고 에피소드가 빈약하여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다, 중반의 튀는 편집이 몹시 거슬린다(특히 최정원이 화내며 떠나는 장면은 감정의 흐름을 해친다). 후반부에 접어들어 영화는 훨씬 좋아지는데, 그들이 자신의 '방황'을 말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다. 영화는 (박형사가 그러했듯이) 그들의 좋은 이웃이 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나 모처럼 시간을 내고 적지 않은 관람료를 지불하고 상영관에 들어온 관객들에게 과연! 만족을 안길 수 있을진 의문스럽다. 좋은 메시지의 영화이지만 조금만 더 만듦새가 좋았더라면, 아니 차라리 TV 특집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관객과 더 좋은 소통을 이루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 황진미/영화평론가
<대한이, 민국씨>의 원제는 <인생은 아름다워>였다. 그처럼 대한이와 민국씨에게는 세상의 온갖 말들이 선의로 들린다. 모자라서 순수한, 그래서 욕할 수 없는 이들이 세상과 부딪혀가며 벌어지는 소동들을 채워가는 이 영화가 분명 착한 영화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영화는 ‘좀 모자란 어른’이라는 설정 안에서 무리한 억지를 부린다. 자신들을 때린 박 형사(윤제문)를 고소하려는 이들이 “아는 경찰에게 말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박 형사에게 고소를 부탁한다거나, 군대를 가기 위해 무작정 부대의 담을 넘다가 간첩으로 몰리는 등의 에피소드를 이들이 너무 순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 같은 말투로 일관하는 공형진과 최성국의 연기도 대한이와 민국씨를 이 시대의 마지막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모자란 어른들로 묘사하고 있다.
-강병진 <씨네21>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