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모든 만남이 공부가 된다"
2008-02-18
글 : 정재혁
사진 : 이혜정
<데스노트 L>의 배우 마츠야마 켄이치

2월1일 <데스노트 L>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배우 마츠야마 켄이치를 만났다. 2007년 7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배우. 그와 가진 15분간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다.

-<데스노트 L>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데스노트> 1편이 일본에서 개봉하고 스핀오프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출연 이야기도 오갔다. 그때는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연출이 나카다 히데오 감독님으로 정해지고, 대본도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조금씩 긴장되고, 부담도 느꼈다. 그러데 대본을 보니 이전과는 전혀 다른 L이 있더라. 지금까지 L은 계속 방에 틀어박혀서 냉정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듯 일을 했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고, 스스로 움직이더라. 내가 생각하고 있던 L과 너무 다른 이미지여서, 나도 새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시나리오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 들었다.
=납득이 안됐다기 보다는 모르겠더라. 어떻게 해야할지. 나카다 히데오 감독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것도 이번 작품의 테마였다. 나는 그게 어떤 걸지 이전엔 전혀 몰랐으니까. 이번 영화는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세상을 다음 세대에 남기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L은 예전과 달리 다른 이의 도움도 받는다. 사람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그건 와타리의 죽임때문인 것 같더라. L에게 가장 중요했던 인물은 와타리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이후 죽음, 생명의 중요성도 알게 됐고.

-L이 <데스노트 L>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 L의 대사 안에 “이제 더이상 어느 누구도 죽게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무언가가 변하지 않으면 할수 없는 말이다. 조금씩 변화하면서 자신의 기분이나 마음을 알게 된 것 같다.

-<데스노트 L>엔 전편들과 달리 액션도 있다고 들었다.
=있다. <람보>나 <다이하드>같은 심한 액션은 아니지만, 밖에서 달리거나 그런 장면들이 있다. 이전의 L이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것들이랄까.

-원작이 만화기도 하지만 L은 구부정한 허리나 걷는 방법 등 매우 만화적인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영화란 장르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L은 정말 현실감이 없다. 뭘 해도 그렇다. 그걸 L 나름의 표현방법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달릴 걸, L이라면 어떻게 달리까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그렇게 L이 완성된 것 같다.

-2006년과 2007년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했더라. <신동>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마라> <츠바키 산주로> 등. 일본의 영화잡지들이 일제히 가장 기대되는 젊은 배우로 당신을 꼽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나카다 히데오 감독(<데스노트 L>의 연출)은 당신을 ‘현대의 마츠다 유사쿠(스즈키 세이준, 후카사쿠 켄지 등의 영화에 주로 나온 일본의 전설적인 배우)’라고 표현했더라.
=내가 마츠다 유사쿠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이번에 이걸 했으니 다음엔 좀 다른 걸 해보자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모든 결정을 그렇게 간단하게 하는 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새로운 걸 꺼낼 수 있는 캐릭터에 끌린달까. <츠바키 산주로>를 프로듀스한 카도카와 하루키씨는 한때 일본영화계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한 분인데 그 분이 제작하는 영화엔 모두 출연하고 싶다. <남자들의 야마토>나 한국의 아라씨가 출연한 <푸른늑대~세상의 끝까지> 등 지금까지 보여진 영화와는 전혀 다른, 정말 새로운 걸 하시는 프로듀서다. 그런 사람의 힘이 되고 싶다.

-<데스노트> 시리즈가 당신에겐 어떤 의미인가.
=<데스노트> 시리즈 세편 덕에 내가 여기까지 올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깊히 캐릭터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고, 세편의 영화를 하면서 새로운 연기 방법도 알게 되었다. 정말 많은 걸 받았다. 한국에서 <데스노트>를 잘 봐주신 관객이 있어 이렇게 한국에 올 기회도 생긴 거고. 정말 나에게 많은 걸 전해 준 작품이다.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게 다 L의 덕이라 생각한다.

-국내 관객에겐 <린다린다린다>의 어리숙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남자다워진 것 같다.
=그런가? 역할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이후엔 정말 많은 만남이 있었으니까. 만남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생각이나 가치관도 바뀌었다.

-어릴 땐 연예계에 전혀 흥미가 없다고 들었다.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 배우란 직업에 흥미를 갖게된 계기가 있나.
=있다. <위닝 패스>란 영화에 출연했는데 그게 휠체어 농구에 대한 이야기다. 그 영활 하면서 장애인과 말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자기 발 잘렸다고 말하더라. 그건 고통을 넘어선 사람만이 할수 있는 태도다. 그 강함에 끌렸다. 나는 몸은 멀쩡하지만 그냥 고민하다 포기했을 거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바뀌더라. 작품을 통해 바뀌는 게 많은 거 같다. <남자들의 야마토>를 하면서도 그렇다. 나는 그 전까지 전쟁, 평화라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이미 나는 평화가 확립된 시대에 태어났으니 그건 당연히 있는 건줄 알았다. 그런데 50, 60년대 사람들은 평화를 만들기 위해 싸웠다는 걸 알게 됐고, 그들의 삶에서 많은 걸 배웠다. 작품을 통해 무언갈 배운다는 게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이번 한국 방문이 처음인가.
=그렇다.

-아까 밖에서 기다리며 보니 정말 빡빡한 스케쥴로 움직이는 것 같더라. 인터뷰는 지금이 몇번째인가.
=네번, 다섯번째?

-같은 질문 반복해서 받으면 짜증나진 않나.
=(웃음) 솔직한 마음은 같은 질문은 한번에 끝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같은 질문이라도 매번 내가 새로운 걸 발견할 때가 있다. 다른 대답이 나오기도 하고. 거기서도 공부가 되는 거다. 그게 내 발견이다. 지금도 커뮤니케이션 공부가 되고 있지않나. (웃음)

-예전엔 모 잡지에 에세이도 썼더라.
=왜 뭔가 생각이 떠오르지만 곧 까먹을 때가 있다. 그게 싫어서 생각나는 건 바로 메모하는 편이다. 글도 자주 쓰는 편이고.

-아직도 키가 자라나?
=아니다. 얼굴은 커지고 있지만. (웃음)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