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월19일 오후 2시
장소 : CGV용산
개봉 : 3월6일
이 영화
<햄릿>을 재해석하여 고대 중국으로 옮겨놓았던 <야연>의 펑샤오강 감독이 조국의 내전을 소재로 또 한편의 스펙터클을 선보였다. 1948년 중국 인민해방군과 국민당의 치열한 전투에서 홀로 살아남은 전쟁영웅 구지디(장한위)는 당시 퇴각신호인 집결호를 듣지 못해 47명의 부대원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실종자 처리된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 구지디는 집결호와 관련된 숨겨진 진실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중국의 화이브라더스와 한국의 MK 픽처스가 공동제작하고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팀이 참여했으며 미국에소 CG와 사운드를 맡은 합작영화. 지난해 말 중국에서 개봉하여 5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100자평
<집결호>는 중국 국공내전을 배경으로 한 보기드문 중국 현대전 영화이다. 한국의 <태극기 휘날리며>제작팀이 합류하여 만들어낸 전투장면은 대단히 사실적이며,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생각해보면 국공내전은 한국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 현대사의 큰 사건이지만, 재현된 장면을 본 경험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공내전을 시청각적으로 체험해본다는 것 만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다. 국공내전의 공산군과 국민당군의 모습은 한국전쟁의 인민군과 국군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며, 실제로 국공내전의 참전자들이 한국전쟁에도 참전하는 등, 중공군의 입장에서 본다면 두 전쟁은 연속선상에 놓인 사건처럼 보인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많은 전사자를 낸 군대가 중공군이라는 사실을 알더라도, 중공군이라면 그저 '인해전술'로 몰려드는 '개떼들'의 이미지 밖에 갖고있지 못한 남한사람으로서,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말을 들어보는 것 자체가 매우 색다른 경험이다. (남한군복을 입고 미군과 마주치자 중국어 말미에 "~습니다"를 붙이는 엉터리 한국어를 구사하고, 그말을 미군은 한국어와 구분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한국전쟁이 진정한 국제전이었다는 감회가 밀려온다.) 영화는 전반부의 전투장면을 거두고, 후반부에는 그가 소실된 부대기록과 부대원들의 시신을 찾아다니는 모습으로 채워져 있다. 중국은 현대사의 주요사건에 대해서는 주로 사회주의적 선전선동영화(일명 '주선율')로 제작하며, 이런 '주선율' 영화가 중국내 제작 영화의 50-60%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집결호>는 '주선율' 영화가 아니라 해외합작(MK픽쳐스) 상업영화라고는 하지만, 영화를 음미할수록 어쩐지 '국가보훈처'에서 만든 홍보영화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은 인민군이 되기도 하지만, <집결호>의 주인공은 그저 중국 공산군으로 충성을 다했고, 전우의 '보훈'을 위해 10년을 찾아헤맨다. 과거사에 집착하여 미친 노인네 같아보이는 '국가 유공자'를 존중하라는 것이 중국 인민들에게 전하는 영화의 교훈일테지만, 이 영화를 보고 얻은 사사로운 교훈은 '사병은 중대장을 잘 만나야 한다. 살든, 죽든.'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